〈36.5℃ 인간의 경제학〉
중학독서논술 / [난이도 수준-중2~고1] 9.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10. 소비 속에 숨은 이야기
11.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 독서 자료실 <36.5℃ 인간의 경제학>
이준구 지음/랜덤하우스 저자 학생들과 대화를 즐기는 경제학자로,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미시경제학, 재정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경제학원론>, <미시경제학>, <재정학>, <새 열린 경제학>, <시장과 정부>,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등이 있다.
내용 경제 행위를 할 때 사람들은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게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정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이런 가정처럼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여러 가지 사례를 보여준다. 합리성은 주변 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황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환경이나 조건을 왜곡해 이해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여러 증거를 고려해 객관적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보다는 직관에 따라 그릇된 추론을 하는 때가 많은데, 이것이 시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변수로 나타나게 된다. 상품 판매 전략에는 이런 개인의 비합리성이 이용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예로 ‘미끼상품’을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은 보통 몇 가지 상품의 가격만 대략 비교해 보고 그 가게가 물건을 싸게 판다고 결론짓는데, 이 점을 이용해 몇 개 상품에 비상식적으로 낮은 가격을 매겨 놓은 것을 ‘미끼상품’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상품을 여러 개로 묶어 판매할 경우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상품을 한꺼번에 사게 되는 ‘닻내림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논술 포인트 물건을 사러 가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샀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을 구입한 경험을 떠올려 보고,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설명해 보자. (300자 안팎)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정재승 지음/동아시아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 심화 자료실 유기농 식품의 가격은 적절한가 자연스레 가격을 높여 돈을 갈취하는 방법 중 요즘 인기 있는 방식은 유기농 식품의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다.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는데, 그들은 유기농이 낫다고 생각하거나 최소한 유기농 식품이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이 때문에 슈퍼마켓은 유기농 제품을 통해 기회를 맞고 있는데, 이들 유기농 식품은 추가적인 비용을 훨씬 넘어서는 마진을 슈퍼마켓 측에 주고 있다. 영국의 슈퍼마켓에서는 흔히 유기농 식품들을 한곳에 모아 진열하는데, 겉으로는 유기농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유기농 고객들이 일반 대체 식품의 가격과 비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다. 워싱턴 DC의 스타벅스 매장 건너편에 있는 자연식품 매장 홀푸즈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고급 과일 및 채소들을 판매하는 구역을 별도로 마련해 유기농 방식과 일반적인 방식으로 기른 농산물들을 나란히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나란히 전시된 상품들은 완전히 다른 품목들이다. 유기농 바나나는 ‘일반(비유기농)’ 사과 옆에 쌓여 있고, 유기농 마늘은 일반 양파 옆에 진열되어 있다. 유기농 바나나가 일반 바나나 옆에 있거나, 유기농 마늘이 일반 마늘 옆에 나란히 놓여 판매되는 광경은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가격 비교가 쉬워지면 많은 것이 너무 솔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팀 하포드, <경제학 콘서트>
■ 신문 읽기 2년간 산 신발만 100여 켤레…내 자신이 무서웠다 직장인 ㄱ(29)씨는 요즘도 압구정동 거리에 가면 ‘쟤는 얼마짜리 입었구나’ 하고 단박에 알 수 있다고 했다. “신발, 옷 차려입은 것만 봐도 딱 알아요. 명품 추세가 옛날처럼 로고가 크게 박힌 게 아니라서,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냥 가방이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자기네들끼리는 알아봐 주는 거죠.” ㄱ씨도 한때 이른바 ‘명품족’이었다. 그가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만 2년 동안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쓴 돈만 무려 7000만~8000만원에 이른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릴 적부터 잡지 등을 통해 접해오던 명품을 사기 시작했다. ㄱ씨는 “처음엔 너무 외로워서 비싼 물건을 사는 걸로 달랜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씀씀이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같은 수준이 됐다고 생각하는 과시욕이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100만원 이하짜리를 일컫는 ‘저렴 버전’으로 시작했지만, 씀씀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엔 명품 아닌 걸 쓰는 사람은 얕봤어요. 반면에 나는 300만원짜리 가방을 살 때, 1000만원짜리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스스로가 무서워질 만큼 씀씀이가 커져 갔어요.” 가방은 한달에 2~3개씩 고가와 중저가를 나눠서 샀다. 고가품 가운데는 320만원짜리도 있었다. 신발은 일주일에 한개쯤 카드를 긁었는데, 30만~40만원대 국내 브랜드도 있었지만 한 켤레에 70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없지 않았다. 옷은 유행을 타는 바람에 더 자주 사야 했다. 화장품은 유럽 상류층이 쓰면서 ‘약발이 받는다’고 알려진 개당 80만원짜리 크림을 써본 적도 있다고 했다. 2005년부터 명품에서 손을 떼기까지 2년간 구입한 가방이 40여개, 신발은 100여켤레, 옷은 수백벌에 이른다. 쇼핑에 쓰던 신용카드는 400만원에 이르는 한도를 매달 꼬박 채워서 썼다. 생활비는 별도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명품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한번 보는 데 20만원을 웃도는 발레, 오페라, 뮤지컬 같은 문화 공연도 즐겨야 했다. ㄱ씨는 “진짜 명품족은 단순히 겉치장만 하는 게 아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취향도 ‘이쪽 부류’ 사람들 수준에 맞추지 않으면 싸구려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외국여행도 다녀왔다. 당시 ㄱ씨의 연봉은 대략 2500만원 수준이었다. 끝없이 늘어나는 지출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식에 손을 댔다. ㄱ씨는 “당시 주식시장이 호황이라 어느 정도 감당이 됐지, 그렇지 않았으면 당연히 신용불량자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는 명품 의류나 액세서리 같은 것 외에도 아파트, 자가용, 유치원, 학교와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과시적 소비 행동이 곳곳에 번지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5월에도 명품 매출 증가율은 사상 최고치인 39.1%까지 이르렀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소비는 가장 손쉽게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방법이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개인에겐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정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시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략) -홍석재 기자, <한겨레> 2009년 5월15일치 논술 포인트 기사 내용을 참고하여 ‘명품족’의 뜻을 서술해 보자. (200자 안팎)
■ 문화 콘텐츠 영화 <스몰 타임 크룩스>(Small Time Crooks, 미국, 2000)
영화 〈스몰 타임 크룩스〉
■ 논리적 글쓰기 겉치레에 쪼들리는 도시인들 [논제] 제시문에 나타난 소비의 특징을 오늘날 접할 수 있는 이와 비슷한 현상을 예로 들어 설명하시오. (300자 안팎) (가) 베블런은 수제 은수저와 기계로 제작된 알루미늄 수저를 비교했다. 기능적 관점으로 보면 둘 다 같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것은 은수저다. 왜 그럴까? 은수저는 더 비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소유자의 금전적 능력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 은수저가 어느 정도 더 아름답다고 이의를 제기할 때 베블런은 반박했다. “비싸고 아름답게 생각되는 제품의 사용과 그에 대한 감상으로부터 나오는 더 나은 만족감은 일반적으로 볼 때 대부분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되어 있는 고가격에 대한 우리의 만족감이다.” 비싸기 때문에 아름답게 여긴 것이지, 아름답거나 실용적이기 때문에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베블런이 관찰한 바와 같이 특허 가죽 구두의 광택은 추구되지만 다 떨어진 소매의 광택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나아가 기계제품과 수제품을 비교해 보면 기계제품의 결함과 불규칙성은 수제품에 비해 더 적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기계제품은 더 우수한 경향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난받아야 할 수제품의 결함과 비실용성은 물론 묵은 때마저도, 유한계급의 눈물겨운 심미안적 ‘해석’ 노력에 힘입어, 제품의 ‘고유한 특성’으로 승화되어 열광적인 소비 대상으로 등극한다. -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 대한 한성안의 주석 (나)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교회, 극장, 무도장, 호텔, 공원, 상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에 매우 자주 참가하는데,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한 개인의 일상생활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무심한 관찰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나아가 시선이 주어지는 동안 자족감을 즐기기 위해 그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읽어낼 수 있는 서체로 자신의 재력에 대해 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결과, 현재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는 바와 같이 여가에 비해 과시적 소비의 효용성이 높아지는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명성의 수단으로서 소비가 갖는 유용성뿐 아니라 품위 요인으로서 그에 대한 집착은, 개인의 인간적 접촉 범위가 가장 넓고 인구의 이동성이 가장 큰 공동체 지역에서 최고로 잘 발휘된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시 소비는 농촌 인구의 소득보다 도시 인구의 소득으로부터 비교적 더 많은 지출을 요구할 뿐 아니라 이러한 요구는 후자에게 더 강력해진다. 그 결과 체면치레를 계속하기 위해 도시인들은 습관상 농촌 사람들보다 더 심하게 쪼들리는 생활에 시달리게 된다.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 답안 작성의 길잡이 제시문 (가)는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 대한 주석으로, 재화의 가치가 효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것에 부여된 가격에서 비롯한다는 내용이다. 비싼 가격은 희소성으로 이어지고, 그것을 소유했다는 것은 남이 가지지 못한 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비싼 물건의 소유는 단지 재력의 과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지닌 미적 가치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한편 (나)는 <유한계급론> 제4장 ‘과시적 소비’ 중 일부인데, 겉치레를 위한 소비 때문에 쪼들리는 도시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파티를 열어 자신의 재력을 직접 과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중에도 재력을 드러내어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과시 소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명품 열풍 등 제시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소비 행태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예를 포함해 답안을 작성하면 과시 소비의 특징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식 창고 유한계급의 과시소비 베블런은 19세기 말 미국 신흥 부자들을 관찰하고 <유한계급론>이라는 책을 썼다. ‘유한계급’은 스스로 육체적·생산적 노동을 하지 않는 가운데 다른 사람의 생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한테서는 생존이나 생물학적 욕구 충족, 물질적 안락을 위한 소비 이외의 독특한 소비 양태가 나타난다. 자신의 지위와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물건을 구입하고 그것을 보란 듯이 파괴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베블런은 이러한 과시소비가 사회 전체의 삶과 복지를 증진시키지 못하는 낭비적 소비라면 ‘경제적 양심’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른 이들의 질투를 유발하고, 경쟁심을 자극해 사회 전체적인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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