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사귀며 학업도 충실히…1318식 ‘사랑의 기술’
청소년들이 말하는 건전한 교제법
10대의 이성교제는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나이도 점점 어려지고 있다. 이젠 초등학생도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면 당당하게 고백을 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무엇보다 공부에 소홀하게 돼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이성교제 금지’를 교칙으로 정해놓은 학교도 많다. 예민한 사춘기 시절 이성교제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아하! 한겨레’ 학생기자들이 현재 이성교제를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만나 이성교제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성교제를 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연애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스킨십 중심으로 많이 생각하게 되고, 이벤트도 거창하게 해야 되는 것처럼 생각하죠. 하지만 청소년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고민이나 문제들이 많이 있잖아요. 청소년들만이 할 수 있는 교제 방식을 찾아서 어른들과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충주에 있는 ㅅ고등학교 3학년 진선영(18)양은 현재 같은 학교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3개월 넘게 사귀는 중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이었던 남자친구의 고백으로 시작된 이들의 교제는 아직까지 순탄한 편이다. “고3이기 때문에 놀러 다닐 여유가 없어요. 돈을 많이 쓰는 곳보다는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원에 가요. 힘든 시기이다 보니 많이 의지가 되는 것 같아요.” 진양은 최근 100일을 맞아 남자친구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엽서를 줬다고 한다. 비싼 선물이나 이벤트보다는 진심이 담긴 선물이나 편지가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가족 등에 공개적으로
전화는 정한 시간만 하기 등
책임감·자제력 유지 ‘관건’ 이들은 학교 선생님들도 인정한 커플이라고 한다. 진양과 사귀면서 남자친구의 성적이 많이 올랐고 학교 생활태도도 좋아졌다. 진양의 성적 또한 최상위권에 속한다. “처음엔 선생님들도 안 좋게 보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수업 준비물이나 노트 필기도 챙겨주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죠.” 진양은 이성교제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의견 차이로 심하게 싸우는 커플들을 본 적이 있어요. 남자친구와는 크게 싸우기보단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들을 털어놓는 편이에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청소년 이성교제에 대한 어른들의 걱정스런 시선에 대해서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 ‘안 돼’ 하기보단 관심을 갖고 지켜봐준다면 이성교제가 청소년들의 생활에도 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안동여고 1학년 이지선(16)양은 솔직하게 부모님께 교제 사실을 알리고 남자친구와 사귀었다. 이성교제를 하면서 책임감도 갖고 부모님의 걱정도 덜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했어요. 이성교제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성친구와 관계가 멀어지게 되고 갈등이 생기죠.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선 친구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좋아요. 또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지 않기 위해 부모님에게도 알렸어요. 엇나간 행동을 하지 않게 되죠.” 두번의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이양은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이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인 만큼 막연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학교 성적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이양은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공부할 때는 휴대폰을 꺼놓는 등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고 했다. “책임감과 함께 자제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제력을 잃다 보면 성적도 낮아지고 서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돼요. 힘들 땐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2살 위의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는 부산의 ㄷ고등학교 1학년 이효림(16)양도 “문자나 전화 통화는 정해진 시간에만 한다”며 “이런 약속을 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이고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물·이벤트보다 진심 담아
이별땐 아픔 치유도 중요해
제대로 된 성교육 이뤄져야 김해의 ㅂ고등학교 2학년 한아무개(17)군은 지난해 6개월 정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헤어지는 과정이 좋지는 않았다. 그만큼 아픔이 컸고 치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만날 때는 무척 좋았어요. 부족한 과목을 서로 가르쳐주기도 했죠. 하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불만이 쌓였던 것 같아요.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학교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어요. 늦게까지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휴대폰 요금도 많이 나오고 잠도 잘 자지 못했죠.” 경기도의 ㅎ고등학교 김아무개(17)군은 이성교제를 하는 청소년들의 감정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가볍지는 않다고 했다. 쉽게 만나고 헤어진다는 건 오해라는 것이다. “2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오랫동안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여자친구 아버지가 근무지를 멀리 옮기는 바람에 헤어졌거든요. 성인이라면 먼 거리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은 그게 쉽지가 않죠.” 김군은 “이성교제를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별을 어떻게 치유하냐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이성교제가 일반화하고 ‘성’에도 일찍 눈을 뜨고 있지만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 성교육은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을 알려주는 것에만 그칠 뿐이다. 실제 이성교제를 할 때 필요한 조언 등은 듣기가 힘들다. 김해의 ㅈ고등학교 이아무개 국어교사는 “학교도 무조건 이성교제를 막기만 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이성교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여고 김진후 국어교사는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게 일찍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교육을 할 때에는 이성을 존중하는 방법과 함께 이성에 대한 심리적 이해를 도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래현(충주고), 임하은(안동여고), 고윤지(김해외고), 양호석(양서고) 학생수습기자
전화는 정한 시간만 하기 등
책임감·자제력 유지 ‘관건’ 이들은 학교 선생님들도 인정한 커플이라고 한다. 진양과 사귀면서 남자친구의 성적이 많이 올랐고 학교 생활태도도 좋아졌다. 진양의 성적 또한 최상위권에 속한다. “처음엔 선생님들도 안 좋게 보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수업 준비물이나 노트 필기도 챙겨주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죠.” 진양은 이성교제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의견 차이로 심하게 싸우는 커플들을 본 적이 있어요. 남자친구와는 크게 싸우기보단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들을 털어놓는 편이에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청소년 이성교제에 대한 어른들의 걱정스런 시선에 대해서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 ‘안 돼’ 하기보단 관심을 갖고 지켜봐준다면 이성교제가 청소년들의 생활에도 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안동여고 1학년 이지선(16)양은 솔직하게 부모님께 교제 사실을 알리고 남자친구와 사귀었다. 이성교제를 하면서 책임감도 갖고 부모님의 걱정도 덜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했어요. 이성교제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성친구와 관계가 멀어지게 되고 갈등이 생기죠.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선 친구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좋아요. 또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지 않기 위해 부모님에게도 알렸어요. 엇나간 행동을 하지 않게 되죠.” 두번의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이양은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이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인 만큼 막연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학교 성적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이양은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공부할 때는 휴대폰을 꺼놓는 등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고 했다. “책임감과 함께 자제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제력을 잃다 보면 성적도 낮아지고 서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돼요. 힘들 땐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2살 위의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는 부산의 ㄷ고등학교 1학년 이효림(16)양도 “문자나 전화 통화는 정해진 시간에만 한다”며 “이런 약속을 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이고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 사귀며 학업도 충실히…1318식 ‘사랑의 기술’
이별땐 아픔 치유도 중요해
제대로 된 성교육 이뤄져야 김해의 ㅂ고등학교 2학년 한아무개(17)군은 지난해 6개월 정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헤어지는 과정이 좋지는 않았다. 그만큼 아픔이 컸고 치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만날 때는 무척 좋았어요. 부족한 과목을 서로 가르쳐주기도 했죠. 하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불만이 쌓였던 것 같아요.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학교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어요. 늦게까지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휴대폰 요금도 많이 나오고 잠도 잘 자지 못했죠.” 경기도의 ㅎ고등학교 김아무개(17)군은 이성교제를 하는 청소년들의 감정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가볍지는 않다고 했다. 쉽게 만나고 헤어진다는 건 오해라는 것이다. “2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오랫동안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여자친구 아버지가 근무지를 멀리 옮기는 바람에 헤어졌거든요. 성인이라면 먼 거리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은 그게 쉽지가 않죠.” 김군은 “이성교제를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별을 어떻게 치유하냐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이성교제가 일반화하고 ‘성’에도 일찍 눈을 뜨고 있지만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 성교육은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을 알려주는 것에만 그칠 뿐이다. 실제 이성교제를 할 때 필요한 조언 등은 듣기가 힘들다. 김해의 ㅈ고등학교 이아무개 국어교사는 “학교도 무조건 이성교제를 막기만 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이성교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여고 김진후 국어교사는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게 일찍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교육을 할 때에는 이성을 존중하는 방법과 함께 이성에 대한 심리적 이해를 도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래현(충주고), 임하은(안동여고), 고윤지(김해외고), 양호석(양서고)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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