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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광고인은 물 위의 백조 화려한만큼 하는 일 많죠”

등록 2010-08-08 16:39수정 2010-08-08 16:45

‘광고기획자’ 김민수 대리, ‘스포츠마케팅’ 구관회 차장, ‘카피라이터’ 이형주 차장.
‘광고기획자’ 김민수 대리, ‘스포츠마케팅’ 구관회 차장, ‘카피라이터’ 이형주 차장.
[커버스토리] 직업 멘토를 찾아…대홍기획을 가다
방학.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을 오고가는 날들이 반복된다. 미국 학생들은 뭘 하며 방학을 보낼까?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진로교육으로 유명한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메트스쿨 학생들은 멘토를 만나 직업체험을 한다고 한다. 멘토가 돼주는 이는 바로 마을에 사는 직업인들이고, 교사는 조언자 구실을 한다. 이런 식의 멘토링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앉아서 얘기하기보단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아하! 한겨레> 학생수습기자들 가운데 ‘청소년 직업체험’ 기획을 맡은 기자들은 특정 분야 직업인을 직접 만나보고, 소감을 기사로 써보기로 했다. 정치인, 스포츠해설가, 광고인 등 다양한 직업인들이 물망에 오르던 가운데 만나게 된 직업인은 바로 광고인이었다. 지난 7월21일, 국내 최대 광고회사 중 하나인 대홍기획 직원들은 광고 분야의 직업 멘토가 되어 자신들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광고인은 모두 광고홍보학과 출신?

“광고의 꽃이라고도 하죠.” 광고기획자(AE) 김민수 대리(이하 ‘김쌤’)의 첫 마디는 의미심장했다. “광고기획자라고 하는 AE(Account Executive)는 광고의 A부터 Z까지를 아우르는 직책이에요. 기존 광고주에게 광고 제작 오리엔테이션을 받거나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신규 광고주를 영입하죠. 그리고 광고 기획부터 크리에이티브팀과 함께 광고의 전체적인 콘셉을 잡는 일, 광고주한테 제작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설득하는 일, 광고를 보낼 매체를 선정하는 일까지 모든 일에 참여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다소 어려운 말로 접했었던 ‘광고기획’이란 말이 김쌤의 말로 명쾌하게 정리됐다. 그러니까 광고기획자는 방송으로 치면 프로듀서에 해당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건 김쌤이 이 일을 하기까지의 과정이었다. 어릴 적, 방송인을 꿈꿨던 김쌤은 대학 때 친구들과 함께 참여한 대홍기획의 DCA(대학생 광고 공모전, Daehong Creative Awards) 입상을 계기로 광고기획자의 길을 걷게 됐다. 고교 때까지만 해도 드라마 프로듀서를 꿈꿨고, 대학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광고홍보학이 아닌 다른 분야를 전공한 게 이 분야 진출에 큰 장애는 아니었다. 김쌤은 “오히려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는 게 강점이 될 수 있었다”며 “광고기획자가 되기 위해 특별히 유리한 전공이나 스펙은 ‘다양한 활동과 경험’”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광고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창의력과 다양한 사고, 사람을 대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포용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활동을 통해 이런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어요.” 문득, 요즘 주목받는 입학사정관제가 떠오르기도 했다.

■ 카피라이터는 글만 쓰고 끝?

“흔히 광고 문구를 만드는 직업으로 생각하죠? 근데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우린 카피라이터 이형주 차장(이하 ‘이쌤’)을 만나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카피라이터에 대한 정보가 많은 부분 ‘오해’였단 것도 알게 됐다. 이쌤은 “카피라이터는 텍스트에 관한 아이디어뿐 아니라 이미지, 음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뽑아내야 한다”고 했다. 글만 쓰는 일이 아닌 탓에 카피라이터한테 필요한 능력 가운데 지구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손꼽혔다. “사실상 업무량이 많고 야근이 잦다 보니 지구력이 없다면 체력전에 견디지 못할 겁니다. 흔히 말하는 ‘맷집’이 필요하죠.(웃음) 광고인이 등장하는 외국영화나 드라마들이 나오면서 우아하고 화려한 쪽으로만 이미지가 굳어졌는데 사실 외롭고, 고단한 순간도 많습니다.” 이쌤은 “여기에 더해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도 필수”라고 했다.


흥미로운 건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능력이 단순히 창의력만은 아니라는 거였다. 이쌤은 얼핏 창의력과 별개로 보이는 논리력을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손꼽았다. “면접 때 ‘아프리카 사람한테 청바지를 판다면 어떤 광고를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흩어져 있는 요소들을 결합하고 그것을 자기만의 메시지로 어떻게 담는가를 판단하는 질문이었죠. 즉, 창의성과 논리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는 거였어요.”

■ 스포츠마케팅, 화려한 일만은 아냐!

스포츠와 관련한 일이라면 스포츠선수, 스포츠해설가 정도만 알고 있던 우린 스포츠마케팅 분야의 프로모션전문가 구관회 차장(이하 ‘구쌤’)을 통해 ‘스포츠마케팅’이란 분야가 있단 걸 처음 알게 됐다. 구쌤은 “스포츠마케팅은 스포츠와 관련한 모든 광고를 아우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마케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선수 에이전트는 선수를 관리하고 도우며, 매치 에이전트는 선수 관리와 동시에 팀과 팀의 경기를 주관한다. 기획 분야에선 행사와 계약을 기획·설계해 일반 시민한테 알리는 방법을 찾는다.

구쌤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분야에서 일한다고 하면 멋져 보인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였다. “모든 직종이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스포츠마케팅 분야는 더 힘든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 3~4년 동안은 선수들의 속옷을 챙겨야 하거나 자신은 밥을 못 먹어도 선수들 식사는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요. 일을 하기 전,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실제 업무가 달라서 5년을 못 버티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구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 ‘창의력’이 최고?

독특하고 참신한 광고만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쉽지만 멘토들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광고인의 필수 능력은 ‘창의력’이 아니었다. 멘토들은 “‘창의력’ 하나로는 광고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PR전략팀 서양희 팀장은 “경영능력이나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 멘토는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전문성을 보여줘야 하면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유기적으로 얽혀 소통해야 했다. 광고기획자가 광고주로부터 광고의뢰를 받으면 대홍기획의 모든 조직 즉 어카운트솔루션본부(광고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본부(제작),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미디어솔루션본부, BTL솔루션본부 등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품을 연구하고, 타깃(소비자)을 분석하고, 가장 효과적인 매체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분석함은 물론 광고와의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마케팅 활동을 총체적으로 설계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광고주의 의견을 수렴해 완성된 광고가 세상에 공개된다. 매일 아침 무심코 텔레비전에서 봤던 냉장고 광고, 드라마 전 나오는 화장품 광고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광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통’한 결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글·사진 김재진(군산제일고), 박근환(서일고), 박진수(호남제일고), 백민주(해운대여고) 학생수습기자


왼쪽부터 박근환, 김재진, 백민주, 박진수.
왼쪽부터 박근환, 김재진, 백민주, 박진수.

학생기자들의 취재후기

“직업에 대한 표면적 지식, 무용지물인 것 깨달아”

김재진 : “평소 광고 분야에 진출할까 고민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자연계 학생이라 광고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멘토들을 통해 진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박근환 : “직업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오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스포츠마케팅이라고 하면, 신선하고 멋진 이미지로만 떠올리기 쉬운데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것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단 걸 알았다. 실제 대면 인터뷰가 어렵다면 이메일을 통해서라도 관심 있는 분야의 직업인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박진수 : “회사라는 곳에 거의 처음으로 가본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광고기획자에 대한 정보는 알고 갔지만 확실히 검색과 현실의 차이는 있었다. 현직에 몸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상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도 더 진실성 있게 다가왔다.”

백민주 : “한 직업에 대한 우리의 이론적인 지식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 깨달았다. 학생들은 고작 해봐야 직업안내 사이트 등에서 교과서적인 설명을 접할 수밖에 없는데 한 직업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 현명한 직업 선택기준을 세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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