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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고3 슬럼프는 ‘무죄’

등록 2010-08-22 16:26수정 2010-08-22 16:30

‘열공’하고 싶은데…폭염에 ‘체력 바닥’ 불안에 ‘결심 흔들’
“전문적으로 도움받을 곳 없어 악순환 되풀이”
집중력 떨어지는 시간·과목 정확히 분석하고
공부계획 현실적 재정비로 시간낭비 막아야
학부모, 섣부른 충고보다 인정하는 자세 필요

여름방학을 마치고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했다. 새로운 2학기가 시작된 것이다. 더불어 수능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쯤 되면 고3 수험생들은 과도한 불안감, 긴장감 등으로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서 이유 없이 무력감을 느끼고 능률도 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여름철 후텁지근한 날씨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수능 시험까지 최선의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슬럼프’를 이겨내고 남은 수험생활을 후회하지 않고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긴장을 하면 배가 아픈데, 특히 모의고사를 치르기 전이 심한 편이에요. 진정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죠. 그래서 일부러 밥을 먹지 않고 시험을 보게 돼요.” 부산 양운고 3학년 최지원(18)양의 수험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은 편이다. 기대했던 만큼 성적도 오르지 않아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제 실력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힘들다고 하네요. 부모님이 기대하는 것도 있는데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더 불안해요.” 최양은 ‘슬럼프’에 빠지면서 친구들과도 멀어졌다고 한다. “친구들과 있으면 항상 입시 얘기만 하게 되니까 더 피하게 됐어요. 그냥 혼자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지내죠.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최근 특수대학인 경찰대에 지원해 1차 시험을 치른 충주고 3학년 김태완(18)군은 진로를 놓고 고민중이다. “경찰이 꿈인데 1차 시험을 잘 보지 못했어요. 시험을 앞두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죠. 몸도 계속 피곤하고 정신을 놓고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김군은 스트레스를 담아두는 편이라 힘들 땐 혼자 운다고도 했다. “주변의 기대가 커서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상담도 해 봤는데 답이 나오지 않아 더 힘드네요. 경찰의 꿈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에 혼란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리가 되겠죠.”

이정아 티엠디교육 컨설턴트는 “이 시기에 슬럼프를 겪는 이유는 계획한 대로 공부가 진행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남은 시간만이라도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감만 커지고 오히려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시간은 얼마만큼 있고 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또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현재의 성적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확신을 갖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신과 전문의인 류영민 마음과마음 원장은 “불안해지면 부정적 측면을 확대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모의고사 점수가 평소보다 낮게 나온 건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였지’라고 ‘긍정적 증거’를 찾아보는 것이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끌고가면 좋은 감정도 따라온다고 한다.

시험이 유독 많은 사회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정신과 전문의 이서지 연세누리 원장은 “다른 나라의 경우 공식적인 발표나 연주를 할 때 느끼는 ‘수행 불안’이 많다면 우리는 ‘시험 불안’이 심각한 편”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잃게 돼 신체적·심리적 상태가 무너진다고 한다. 이서지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소름이 돋는 것처럼 몸이 긴장하고 소화나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부교감신경은 저하된다”며 “자율신경계를 구성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맞추도록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한의사 출신의 비상에듀 수리영역 강욱 대표강사도 “학습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보니 성적이 바로 오르지 않으면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며 “모의고사는 실전에 대비한 연습으로 시험을 운영하는 기술을 배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의고사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단 어느 시간에 집중이 잘 안되는지, 어느 과목을 풀 때 더 불안해하는지 등 실전에 임하는 자신의 상황을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1학년 김혜연(19)씨도 지난해 힘든 수험생활을 경험했다. “6월부터 슬럼프가 오기 시작했어요. 언어 점수는 올랐는데 수리 점수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져서 무척 초조했죠. 원래 위와 장이 좋지 않았는데, 여름 내내 배가 아파서 앉아 있지 못할 정도였어요. 종합검진도 받았는데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죠.” 그래서 9월부터는 과감히 공부 시간을 줄였다고 한다.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거의 하루종일 공부를 했어요. 심하게 슬럼프를 겪고 나선 밤 9시나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그 이후 시간은 제가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했죠.” 서울대 인문학부 1학년 이윤복(19)씨는 기계적으로 되풀이되는 일상에 변화를 줬다고 한다. “아무리 공부를 좋아하더라도 일상이 반복되면 힘들어지기 마련이에요. 오늘과 어제를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봤어요. 매일 과목을 바꿔보면서 공부를 하거나 공부 장소를 이동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해 보았죠.” 하지만 무리한 변화는 독이 될 수 있다며 공부 방법 등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공부가 잘 안될 때 막연히 ‘슬럼프’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냥 쉬고 싶고 놀고 싶어서 슬럼프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이성은(23)씨는 “단순히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며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슬럼프’에 직접 부딪쳐보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상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는 개선해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얘기를 터놓고 들어줄 수 있는 친구와 대화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서지 원장은 “평소에 취미활동을 한다거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친구와 가족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며 “초조하고 불안한 사람에게 섣부른 위로와 충고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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