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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능 끝난뒤 3개월무엇을 할 것인가

등록 2010-11-15 10:55

“놀자! 다만, 잘 놀자!” 대학생 선배들이 수능을 치른 후배들 한테 해주고 싶은 충고는 이렇게 요약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오화린, 김희진, 구승현, 한주형씨.
“놀자! 다만, 잘 놀자!” 대학생 선배들이 수능을 치른 후배들 한테 해주고 싶은 충고는 이렇게 요약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오화린, 김희진, 구승현, 한주형씨.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과 우르르
밤낮 바뀐 생활 길어지면 ‘최악’
사진·영어 배우고 교양서적 읽기
대학·사회 체험프로 참가해볼만
대학생 선배 4명의 조언

군대에서 축구하던 얘기는 남자들만의 무용담이라 치자. 이 사연 앞에선 남녀 가리지 않고 주인공이다. 수능을 치러본 세대, 거기다 학벌이니 스펙 문제로 취업 문턱에서 좌절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내뱉는 말. “내가 수능만 잘 봤어도….” 11월18일. 수능이 끝나면 이 하소연의 주인공이 또 얼마나 나올까. 공포는 예전보다 덜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요즘 수험생들이 느끼는 ‘수능 공포’는 수험생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수시전형(이하 수시)이 생기면서 수시로 이미 합격 도장을 찍은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수능 치르는 마음은 꽤 가볍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있는 학교에 수시로 1차 합격한 수험생의 마음은 그다음으로 가볍다. 수시는 제쳐두고 정시전형(이하 정시)에 목매야 하는 수험생의 마음은 그다음이다. 기대했던 수시에 모두 떨어지고 준비하지 않았던 수능을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치러야 하는 수험생의 마음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

상황별로 ‘수능 공포 체감지수’는 다르지만 수험생만이 공감하는 한 가지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합격을 했건 안 했건 불안하고, 허무하고….” 지난 11월9일, 대학생 4명은 경험자로서 수능을 치른 다음의 감정을 이렇게 설명하면서 “수능만큼 수능을 치른 다음도 중요하다”고 했다. 뭐가 중요한 걸까.

“당일이요? 메가스터디 보면서 가채점 하죠. 밤엔 나가서 친구들하고 놀구요.”

다 그렇다. 점수가 잘 나오건 못 나오건 간에 그날의 밤은 대체로 비슷한 내용들로 채워진다. 영화를 본다. 친구를 만난다. 재수생의 경우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일단, 큰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이날만큼은 잘 놀고 본다. 이날부턴 “공부해라!” 소리치던 부모의 관심이 뚝 끊긴다. 구승현(연세대 생물학과 2년)씨는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놀다가 밤새우고 들어왔는데 별말씀 안 하시더라구요. 전에는 컴퓨터도 못하게 하고 엄청 엄하시더니….”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온가족의 관심과 구속에서 일순간 해방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이아무개씨는 “갑자기 고아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수능 직후를 회상했다.

시험을 잘 못 본 경우, 수험생 눈에 부모님의 근심과 걱정이 보이기도 한다. 한주형(한양대 사회과학부 1년)씨는 “수능을 못 보긴 했지만 그냥 다른 친구들처럼 늦게까지 놀다 들어간 것뿐인데도 근심 어린 표정이시더라”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으셨을 거예요.”


우울한 감정은 친구들과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현실 앞에 놓였을 때 가장 크게 밀려온다. 짧게는 고교 3년 동안, 길게는 중·고교 6년 동안 함께했던 절친과 내가 다른 상황에 놓인다는 걸 알게 될 때다. 한씨는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무척 좋아했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수능 발표 직후에 절친들이랑 거제도로 여행도 떠났었거든요. ‘수시’라는 말 안 쓰기, 합격자 결과 안 보기, 휴대폰 꺼놓기 등 여행중 철칙도 만들었었죠.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도 나누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근데 여행 다녀와서 합격자 발표를 보니 저만 붙은 거예요. 처음엔 정말 좋았는데 한편으론 친구들 생각이 나더라구요. 떨어진 친구들은 제가 모르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겠죠. 어쨌든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학생으로 공부했었는데 이제 누구는 재수생, 누구는 대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슬프던데요.”

전환의 시기에 선 수험생은 소속감이 없다. 입학식을 하기 전까진 대학생도 아니고, 추가합격자 발표 전까진 재수생도 아니다. 이런 채로 이들한테는 많은 시간만이 주어진다. 오화린(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2년)씨는 “논술 등을 다 끝내고 나면 잉여인간으로 보낸다”고 했다. 노는 날이 길어지면서 밤낮은 바뀌고, 생활은 엉망이 되기도 한다. 이때의 감정과 생활습관 등이 대학 입학 후 또는 재수생활에 들어가서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 시기를 지나온 경험자들은 할 말이 많다. 후회도 남지만 잘한 것들을 모아보면 이렇다. 한씨는 고교 때 부어뒀던 적금을 이 시기에 유용하게 사용했다. “100만원 정도 됐는데 수능 끝나자마자 바로 깨고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를 샀어요. 남산, 청계천 등 가깝지만 제대로 안 가봤던 곳을 가서 사진을 찍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씨한테는 그 시절 영어학원 새벽반에 등록해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을 멘토로 삼았다. “6시 새벽반을 끊어 다녔거든요. 대학생 언니, 오빠들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분들이 있었죠. 사실 저는 재수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분들과 대화하면서 재수로만 마음을 굳히지 말자고 생각했죠. 솔직히 제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학교에 다니던 대학생들도 있었는데 모두 자기 진로에 대해서도 엄청 분명한 목표가 있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더라구요. 대학 이름만이 다가 아니란 생각도 했어요. 직장 다니면서도 지각 안 하고 나오시는 분들 보면서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오씨는 “항상 보던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 말고 이미 대학 생활을 경험했거나 재수를 해본 사람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따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직간접으로 대학과 사회를 체험해보는 활동도 필요하다. 김희진(서울대 화학교육과 2년)씨는 학교의 자매결연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을 사전 체험해봤던 경험을 손꼽았다. “그때 말로만 듣던 리포트라는 걸 처음 써봤어요.” 김씨는 “최근 여대생글로벌커리어캠프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활동 하면서 최근에 “마케팅이란 뭔가요?”란 질문을 처음 해봤어요. 저처럼 ‘마케팅’이란 단어를 모르고 학교에 입학하는 분들도 많을걸요. 요즘 제가 몰랐던 직업의 종류를 알아가면서 뒤늦게 놀라고 있는 중인데요. 다시 수능 치른 시기로 돌아간다면 그 기간 동안 직업 탐색을 많이 해볼 거 같아요.”

구씨는 “이 시기에 책을 읽어뒀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학 와서 책 볼 것 같지만 정말 안 읽어요. 전 이과생이라 더하죠. 교양수업 때 책 읽고 리포트 쓰라고 하는데 한 권도 자발적으로 읽고, 제대로 이해해서 쓴 게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수능 끝나고 <히틀러 평전> 그리고 니체 철학책 등을 읽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대학 간다고 책 많이 보는 거 절대 아니거든요.”

선배들은 수능 뒤 석 달, 그 시절로 돌아가면 해보고 싶은 것들을 줄줄이 풀어냈다. “그때 해놨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는 일들도 물론 있었다. “책상 정리하면서 모든 자료를 다 태워버렸던 게 후회돼요. 고교 후배들한테 멘토를 해주고 있는데 자료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웃음)”(한주형씨) “자신만의 옵션, 특기도 만들어두라고 하고 싶어요.”(오화린씨) “대학에 붙었다면 오기 전, 각종 강연회에 참석해보면서 대학생이 갖춰야 할 교양 등을 쌓거나 사회 참여 활동도 미리 해보면 좋을 거예요.”(구승현씨)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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