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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패션제국 샤넬, 여성의 몸에 자유를 입히다

등록 2011-01-03 10:13

<코코 샤넬>앙리 지델 지음이원희 옮김/작가정신
<코코 샤넬>앙리 지델 지음이원희 옮김/작가정신
[함께하는 교육] 우리말 논술 /

중학진로독서
[난이도 수준-중2~고1]

24. 가슴 뛰는 삶의 이력서로 다시 써라
25. 코코 샤넬
26.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 이 책, 알고 보면 재미있다!

<코코 샤넬>앙리 지델 지음이원희 옮김/작가정신


작가 1925년에 프랑스 콩데쉬르레스코에서 출생하여 고등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쳤으며 오트알자스 대학과 오를레앙 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페이도 희곡집> <보드빌> <라비쉬 희곡집> <콕토>가 있으며, 1991년에 <페이도>를 비롯한 그의 모든 작품에 수여하는 문예비평 국제대상을 수상했고, 1995년에 <기트리부자(父子)>로 전기 부문 공쿠르 상을 받았다.

내용 20세기 여성 패션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패션 제국 ‘샤넬’을 만들어낸 가브리엘 샤넬은 1883년 프랑스 남서부 오벨뉴 지방의 소뮈르에서 태어났다. 장돌뱅이이자 바람둥이였던 아버지는 아내가 폐병으로 죽자 세 딸을 모두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 버린다. 그때 가브리엘의 나이는 12살이었다. 생전에 가브리엘은 “나는 열두살 때 모든 걸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 사건은 그녀에게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충격으로 각인되었다.

다소 반항적이면서 공상을 즐기던 사춘기를 보내고 열여덟살 때 고아원을 나온 가브리엘은 보조 양재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뮤직홀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때 그가 부른 노래 가사 때문에 평생 ‘코코’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부유한 집안 출신 장교 에티엔 발장을 만나 연인이 되어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의 도움으로 1910년에 파리에 ‘샤넬 모드’라는 모자 전문점을 개업한다.

독특하고 섬세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은 가브리엘은 1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메종 샤넬’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자이너 세계에 진출하였고, 1916년에는 컬렉션을 발표해 대성공을 거뒀다. 가브리엘은 허리를 조이지 않는 반코트를 포함하여 수도복처럼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만들었다. 또 그 당시엔 속옷에만 사용되던 값싼 저지를 이용하여 드레스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길이도 과감하게 줄여 발목 위까지 드러나도록 하였다.

1921년 사업을 계속 확장한 가브리엘은 첫 향수 를 발표하여 향수산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뒀으며, 극작가였던 장 콕토를 비롯하여 화가 피카소,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초현실주의 시인 르베르디 등과 교류하였다. 1924년에는 인조 보석을 사용한 주얼리를 발표하였으며, 할리우드의 거물 새뮤얼 골드윈의 제의를 받아들여 배우들의 의상을 맡기도 했다.

1939년 약 4천명의 직공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한 샤넬 기업은 직원들의 파업과 히틀러의 프랑스 침공으로 문을 닫았다. 가브리엘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와 연인 관계로 지낸 일 때문에 전쟁 후 붙잡혀 구금되었으나 처칠의 영향력으로 석방됐다. 나치스에게 혼을 팔아넘긴 매국노라는 비난 때문에 10년 동안 스위스에서 살아야 했던 가브리엘은 1954년 파리로 돌아와 새로운 샤넬 슈트를 발표하며 패션계에 복귀하였다. 그의 복귀는 예상만큼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었다. 1971년 파리의 리츠 호텔에서 컬렉션을 준비하던 중 8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 깊이 생각하기

이 책은 전설로서 샤넬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샤넬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인물의 업적을 찬양하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일반적인 전기와 다르게 저자는 방대한 자료 조사와 샤넬이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인물의 삶을 매우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샤넬이 매우 매력적이고 호감을 주는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혐오감을 주기도 했으며 자기에게 맞서는 사람을 싫어할 정도로 독단적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또 자존심이 강하고 독립적이어서 남에게 신세지거나 의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면서도 형제들의 생계비를 대고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등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왜 가브리엘 샤넬을 20세기 패션계의 신화적인 인물이라고 말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은 샤넬이 여성의 몸에 새로운 자유를 주었다고 말한다. 그는 몸을 꽉 조여 억압했던 코르셋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켰고, 무릎 근처까지 올라간 치마를 통해 여성들을 땅에 닿는 긴 치마로부터 해방시켰다. 편하고 활동이 자유로운 여성용 바지를 만들었으며, 손가방에 처음으로 끈을 달아 어깨에 멜 수 있게 함으로써 가방을 손으로 드는 불편함에서 해방시켰다.

불필요한 장식을 없앤 간결한 디자인의 모자와 휴양지에서 입을 수 있는 편안하고 활동적인 여가복도 샤넬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었다. 또 남성의 속옷을 만드는 데 쓰이던 옷감으로 멋진 여성복을 만들었는가 하면 좀처럼 사용되지 않던 검은 색만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드레스를 만들었다. 기존의 남성복에서 영감을 얻은 스포티한 정장과 인조 보석, 단발머리, 승마 재킷, 스웨터, 발뒤꿈치가 드러난 샌들도 그가 처음 시도한 것들이다.

샤넬의 이런 시도는 모두 그때까지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혁신적인 것이었다. 샤넬은 “패션은 단순히 옷 입기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그저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옷을 입을 여성이 자기 나름의 개성을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옷은 이제 신분의 상징뿐 아니라 그것을 입는 사람의 태도와 취향, 나아가 정신까지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샤넬의 이런 생각들이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뭘까? 그것은 샤넬이 당시의 시대적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눈과 그것을 표현해내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샤넬이 디자이너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과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샤넬은 남성에게 잘 보여주기 위한 옷이 아니라 여성이 입어서 편하고 만족스러운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샤넬은 당시 여성들이 선호하던 풍만한 몸매와 거리가 먼 깡마른 체격이었는데, 이런 체격 조건이 패션에 새로운 생각을 가져오게 했다. 샤넬은 자신이 입고 싶지 않거나 입을 수 없는 옷은 절대 사람들에게 팔지 않았다. 샤넬에게는 자신이 첫번째 고객이었다. 자신에게는 화려한 의상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직감한 샤넬은 호화로운 옷감보다는 값이 싸고 대중적인 편물 쪽에 마음이 끌렸다.

그리하여 청결함과 자연스러움, 간소함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과, 단순하고 입기 편한 옷을 만들겠다는 그의 원칙이 합쳐져 세련되고 실용적인 새로운 여성미가 창조됐다. “진정으로 럭셔리한 스타일이라면 편해야 한다. 편하지 않으면 럭셔리한 것이 아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려면 늘 달라야 한다.” 샤넬이 생전에 한 말이다.


■ 책 속에 나 있다

미래의 내 명함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성공한 미래의 자신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상상해 보라!

샤넬은 정식으로 디자인 수업을 받지 않았지만 수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시대를 읽어낼 줄 아는 눈과 교양을 길렀으며, 주변을 예리하게 관찰하여 그것을 직관적으로 작품에 활용하였다. 예를 들어 샤넬은 빨리 닫히도록 만든 큰 주머니가 달린 운전기사들의 코트에서 착안하여 고무로 된 레인코트를 만들었다. 또 샤넬은 경마장에서 관람하던 중 소년 마부의 스웨터를 빌려 입은 적이 있는데, 그 스타일의 옷도 패션으로 탄생했다. 어떤 때는 의자에 놓은 기수의 짧은 조끼에서 착상을 얻기도 했다.

샤넬은 자신이 사귀던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곤 했다. 샤넬 향수는 그가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 공작과 사귈 때 탄생하였으며,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사귀었을 때에는 영국풍이 샤넬 패션에 스며들었다. 예를 들어 ‘플라잉 클라우드’호로 유람하던 시절에 선원들이 즐겨 쓰는 베레모와 비슷한 모자를 만들어냈는데 그 뒤로 여러 모양의 베레모가 여성복에 쓰였다. 샤넬이 남성복 스타일의 상의와 스포츠용 외투와 양복을 구상한 것도 영국의 영향이었다.

샤넬처럼 창의적인 사람들은 늘 일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착안해낸다. 이런 발상은 ‘이것을 다르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샤넬이 선원들이 쓰던 모자를 여성들의 머리에 씌워보는 상상을 했기 때문에 여성복에 베레모 스타일이 등장할 수 있었다.

샤넬은 열두살에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고아원에서 자랄 때 자주 상상에 빠지곤 했는데, 그는 소설을 읽고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교과서에 붙이고 다니며 소설 속의 장면을 상상하여 연극 대사처럼 읊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들은 내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었으며, 나의 감성과 자존심을 만들어주었다”고 말했다. 샤넬은 상상을 통해 불우한 시절을 견뎌냈으며 그런 상상력은 그가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원천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 디스펜자가 쓴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라는 책에서 뇌 연구자들에 따르면 뇌는 상상을 현실로 지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생생하게 머릿속으로 그려보라고 권한다. 심적 시연 또는 창조적 시각화라고도 불리는 이 작업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상상하면서 일을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믿음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을 상상하거나,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여 성공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이렇게 상상을 할 때에는 성공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한다. 자신이 성공하여 자서전을 출판하면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상상한다면, 기자회견장의 풍경과 기자의 질문,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할 말을 자세하게 상상해 본다.

또 유명인의 기자회견 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오려붙인 뒤 자주 보이는 곳에 걸어두어 매일 눈도장을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가수가 되고 싶다면 가장 잘 팔리는 시디의 표지에 자기 사진을 붙여 놓을 수 있고, 미래에 쓸 명함을 미리 만들어 갖고 다니는 것도 상상 작업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하루에 20분 정도 자신이 꿈꾸던 것을 이루었다고 미리 상상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면, 우리는 정말로 그런 사람처럼 행동하게 될 것이고, 그런 반복적인 행동은 습관이 되어 성공을 부르는 요인이 된다. 행동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운명을 만든다는 말처럼 사람은 자신이 상상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 나대로 책 읽기

“재능 그리고 돈 있어야 한다”는 편견 사라져

오마중학교  2학년 박서우
오마중학교 2학년 박서우

오마중학교 2학년 박서우

코코 샤넬의 삶은 내가 생각했던 만큼 평탄치 않았다. 나는 샤넬이 명품을 만들어낸 사람인 만큼 부유하고 풍족한 집에서 자라났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샤넬은 어려서 엄마를 여의고, 열두살 때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아 수녀원에서 자랐다. 열두살이면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가 아닌가! 샤넬은 어쩔 수 없이 수녀원에서 자랐지만 거기서 보낸 생활들은 샤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도원의 위엄과 검은 수도복은 샤넬의 취향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샤넬은 타고난 천재도 아니었고 자신을 후원해 주는 부모도 없었으며 가난했다. 수녀원을 나와 보조 양재사로 일하면서 가수가 될 꿈을 꿨지만 얼마 못 가 가수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연히 샤넬은 돈 많은 부유한 남자와 사귀어 편하게 살았지만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남자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을 싫어하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샤넬은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 했고 부자들 앞에서도 늘 당당했다. 그는 부유한 사람들의 무위도식하는 성향과 사치를 싫어했다. 자존심이 강한 샤넬은 무엇이든 자신의 힘으로 하길 원했고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밀어붙이는 고집이 있었다. 그런 성격이 샤넬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게 아닐까. 좋은 가문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지 않았지만 많은 귀족들과 예술가들이 샤넬을 가까이 한 이유는 샤넬이 남과 다른 강한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샤넬은 쾌활하고 진취적이며 열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그런 인간관계를 통해 샤넬은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나도 커서 일러스트나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이 책이 많이 끌렸다. 디자이너가 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디자이너가 되려면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할 거라는 생각도 틀린 것 같다. 샤넬은 머릿속에 새로운 디자인이 떠오르면 그것을 스케치하지 않고 모델을 세워 놓고 직접 입혀 보며 옷을 만들었다.

샤넬이 말한 것처럼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남과 다른 생각이었다. 샤넬은 무조건 아름답게만 보이려고 하던 그 당시 유행을 뒤집고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으면 더 편하고 좋을지를 생각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많아진데다 전쟁으로 인해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단순하고 편한 옷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유능한 디자이너가 되려면 유행에만 따르지 말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 샤넬은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을 유심히 관찰해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샤넬이 유람선을 타고 여행을 하던 중 선원들의 모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베레모를 만들고, 시골 사람들의 작업복을 보고 코트와 조끼를 만들었듯이 나도 뭐든지 그냥 지나치지 말고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사소한 것에서 큰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코코 샤넬은 유행에 맞춰가며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변화를 읽어내고 자기의 개성으로 오히려 사회를 변화시켜 나갔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샤넬처럼 나도 자신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한다면 세상에 ‘서우 패션’이라는 이름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지상현 지음/프레시안북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지상현 지음/프레시안북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지상현 지음/프레시안북

몇년째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로 ‘샤넬’이 뽑혔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샤넬 제품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명품이라는 브랜드를 무조건 좋아하는 쏠림 현상 때문일까? 아니면 진짜로 샤넬 제품에는 전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호모 데지그난스(homo designans)란 인간이란 디자인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 말 속에는 디자인은 사회, 산업, 문화가 한데 얽혀 있는 문제라는 뜻과 디자인은 디자이너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디자인의 주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디자인에 담긴 문화적 심리적 코드를 살펴보고, 어떤 디자인이 소비자의 심리를 유혹하는지, 미래의 디자인은 어떠할지 등을 예측해 보고 있다. 먼저 저자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디자인에는 그 집단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무의식적 심상, 즉 원형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커피를 생각해 보자. 커피에 대한 누군가의 원형 속에는 ‘친교의 수단’이라는 특징이 포함돼 있다. 커피를 친교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 눈에는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반면 ‘커피 한 잔’을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부류에 속한 사람들은 커피를 떠올릴 때 서재에 홀로 앉아 창밖 풍경을 보며 마시는 장면을 그릴 것이다.

따라서 커피를 친교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친교에 대한 욕구가, 마음을 가다듬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생각을 체계화하고 질서를 부여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소비자의 깊은 욕구와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커피 회사 맥스웰의 광고 전략은 대체로 커피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친교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하지만 인간의 무의식적 욕구를 분석하여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탠저린의 마틴 다비셔 회장은 디자인의 생명은 ‘리더십’이라고 한다. 디자인 트렌드는 예측하는 것이라기보다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것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리더십이란 소비자의 욕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막연하게 느끼는 잠재된 욕구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여 소비자에게 제시해주는 것도 창조적인 과정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는 또 한국인과 일본인은 왜 동일한 기능의 핸드폰일지라도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선호하는지, 왜 나라별로 좋아하는 축구 유니폼의 색깔은 다른지, 사람들이 왜 애플사의 제품에 열광하는지, “선영아 사랑해!”라는 호기심 광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지, 이러한 의문들을 다양한 인문학적 이론들과 실제적인 자료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한 시대의 디자인을 이해하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듯이 디자인 역시 디자인을 읽는 감식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호모 데지그난스는 그러한 감식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저자 /

이승이 한샘글로피아 대표

(중학생의 공부하는 힘 1318클래스(1318class.com)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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