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논술형 대비법 /
2~3단계 추상화로
본질적 논증 가능해
2~3단계 추상화로
본질적 논증 가능해
31. 논증법 (상)
32. 논증법 (중)
33. 논증법 (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논증을 잘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 정치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극단으로 치닫는 당파정치의 폐해에 있다고 봤다. 극단적 당파정치가 미국을 분열과 대립의 질곡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통합’의 정치를 자신의 핵심 브랜드로 내세웠다. 하나의 미국을 강조한 그는 자신이 벤치마킹할 인물로 링컨 대통령을 꼽았다. 링컨은 내전으로 분열한 미국에 재통합의 씨앗을 뿌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담은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통해 이 명제를 논증했고, 미국민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의 논증과정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쓰기 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미국의 현실과 자신의 삶을 적절히 비교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담대한 희망>이 나오게 된 전제이자 배경이고, 예고편이기도 하다. 다양한 정체성과 삶의 원천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나라로서의 미국의 힘이 자신의 인생에 녹아 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인도네시아에서의 성장기 등을 세세히 언급한 이유다. 중요한 것은 이 지점이다. 오바마는 개별적이고도 구체적인 자신의 인생에 미국의 역사가 반영돼 있는 점을 간파해냈다. 그리고 이를 추상화함으로써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냈다. 구체적인 사실 속에서 중요한 점을 골라내고 이를 개념이나 이론 등으로 만들 줄 알았던 것이다. 추상화 능력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논증에 성공하려면 이처럼 ‘구체’에서 ‘추상’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구체적인 현실을 감각을 통해 알고 난 뒤에 이것을 지식으로 정리해 추상적인 개념, 이론, 사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간 인식의 경로이자 발달사이다. 논증을 잘하려면 여러 사실을 나열해놓고 이를 단계별로 추상화할 줄 알아야 한다. 앞서 예로 들었던 오바마의 경우를 들어보면, 그는 미국 정치의 문제점을 열거해본 뒤에 일차적으로는 ‘양당체제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오래된 구조적 갈등’을 추상화했을 것이다. 그는 문제를 한번 더 추상화해 ‘다른 민주주의적 가치보다 당파의 이익을 우선해서 생각하는 분열적 당파정치의 폐해’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원인에 대한 해결책으로 통합의 정치를 내세운 것이다. 그가 일차적 수준에서 추상화를 멈췄다면 해결책 또는 대안의 내용 또한 다소 실무적 차원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추상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구제역 사태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서 추상의 단계를 높여본다고 가정하자. 구제역 사태가 온 나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을 겉모습으로 판단해본다면 처음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당시 초기 방역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던 점을 문제로 삼고 초기 방역을 철저하게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을 진전시켜가면 추상 수준이 한 단계 높은 원인을 생각해낼 수 있다. 즉, 동물들을 한곳에 모아서 공장식으로 기르는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좁은 나라에서 수십, 수백㎞씩 이동하는 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공장식 시스템은 왜 생겼을까. 식품 생산이 공산품처럼 대량생산, 대량소비되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 이후 20년 만에 사람들이 고기를 소비하는 양이 2배 정도로 많아졌다. 또 이런 모든 현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하나로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돈과 사람, 바이러스까지 세계화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논증을 해나가야 문제의 본질에 정확히 가닿을 수 있고, 결국 논증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려면 구체에서 추상으로, 또 추상에서 더 높은 추상으로 생각을 높여갈 줄 알아야 한다. kimcs@hanedui.com
32. 논증법 (중)
33. 논증법 (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논증을 잘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 정치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극단으로 치닫는 당파정치의 폐해에 있다고 봤다. 극단적 당파정치가 미국을 분열과 대립의 질곡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통합’의 정치를 자신의 핵심 브랜드로 내세웠다. 하나의 미국을 강조한 그는 자신이 벤치마킹할 인물로 링컨 대통령을 꼽았다. 링컨은 내전으로 분열한 미국에 재통합의 씨앗을 뿌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담은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통해 이 명제를 논증했고, 미국민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의 논증과정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쓰기 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미국의 현실과 자신의 삶을 적절히 비교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담대한 희망>이 나오게 된 전제이자 배경이고, 예고편이기도 하다. 다양한 정체성과 삶의 원천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나라로서의 미국의 힘이 자신의 인생에 녹아 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인도네시아에서의 성장기 등을 세세히 언급한 이유다. 중요한 것은 이 지점이다. 오바마는 개별적이고도 구체적인 자신의 인생에 미국의 역사가 반영돼 있는 점을 간파해냈다. 그리고 이를 추상화함으로써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냈다. 구체적인 사실 속에서 중요한 점을 골라내고 이를 개념이나 이론 등으로 만들 줄 알았던 것이다. 추상화 능력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논증에 성공하려면 이처럼 ‘구체’에서 ‘추상’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구체적인 현실을 감각을 통해 알고 난 뒤에 이것을 지식으로 정리해 추상적인 개념, 이론, 사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간 인식의 경로이자 발달사이다. 논증을 잘하려면 여러 사실을 나열해놓고 이를 단계별로 추상화할 줄 알아야 한다. 앞서 예로 들었던 오바마의 경우를 들어보면, 그는 미국 정치의 문제점을 열거해본 뒤에 일차적으로는 ‘양당체제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오래된 구조적 갈등’을 추상화했을 것이다. 그는 문제를 한번 더 추상화해 ‘다른 민주주의적 가치보다 당파의 이익을 우선해서 생각하는 분열적 당파정치의 폐해’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원인에 대한 해결책으로 통합의 정치를 내세운 것이다. 그가 일차적 수준에서 추상화를 멈췄다면 해결책 또는 대안의 내용 또한 다소 실무적 차원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추상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구제역 사태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서 추상의 단계를 높여본다고 가정하자. 구제역 사태가 온 나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을 겉모습으로 판단해본다면 처음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당시 초기 방역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던 점을 문제로 삼고 초기 방역을 철저하게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을 진전시켜가면 추상 수준이 한 단계 높은 원인을 생각해낼 수 있다. 즉, 동물들을 한곳에 모아서 공장식으로 기르는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좁은 나라에서 수십, 수백㎞씩 이동하는 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공장식 시스템은 왜 생겼을까. 식품 생산이 공산품처럼 대량생산, 대량소비되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 이후 20년 만에 사람들이 고기를 소비하는 양이 2배 정도로 많아졌다. 또 이런 모든 현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하나로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돈과 사람, 바이러스까지 세계화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논증을 해나가야 문제의 본질에 정확히 가닿을 수 있고, 결국 논증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려면 구체에서 추상으로, 또 추상에서 더 높은 추상으로 생각을 높여갈 줄 알아야 한다.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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