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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작은학교 통폐합 효과 별로’
정부는 보고서 숨겨

등록 2012-06-18 19:54수정 2012-06-19 10:04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광정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지난 1일 오후 정규수업이 끝난 뒤 운동장에서 철봉놀이를 하며 방과후교실의 골프수업을 기다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학교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통폐합 위기에 놓이게 된다.  양양/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광정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지난 1일 오후 정규수업이 끝난 뒤 운동장에서 철봉놀이를 하며 방과후교실의 골프수업을 기다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학교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통폐합 위기에 놓이게 된다. 양양/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교육개발원 5년간 효과 분석
발간 뒤 대외비로 공개 금지
“정책 목표인 재정절감 적고
학습권·복지 크게 악화” 지적
교육과학기술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의 비용 대비 수익은 매우 낮은 반면 학습권과 아동복지 침해 우려가 크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가 지난해 초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작은 학교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통폐합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을 고려한 소규모 학교 활성화 등으로 정책을 다변화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연구기관 쪽은 발간 직후 보고서를 대외비로 지정하고 외부 공개를 금지해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한겨레>가 18일 입수한 한국교육개발원의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6~2010년 5년 동안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비용 대비 수익은 1.1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에 정책 수행을 위해 들어간 인건비와 운영비 등 직접 비용은 637억~1064억여원이고,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한 통폐합 지원금 등 재정 인센티브는 2995억여원 투입됐다. 총수익은 최소 3729억여원에서 최대 4455억여원을 거둬,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의 비용 대비 수익은 0.95~1.25(평균 1.1)에 그쳤다.

보고서는 “통폐합 정책의 주요한 정책 목표가 교육재정 절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실제 통폐합 정책의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통폐합으로 인해 학생, 학부모가 겪는 비금전적 비용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그 비용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교과부 정책대로라면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의 비용 대비 수익은 조만간 0점대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교과부는 최근 작은 학교 통폐합과 관련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지난 14일 수정안을 발표했다. 현재 1개 학교 통폐합 때 주는 2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초등학교 30억원, 중·고교는 무려 1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학교 통폐합 정책은 지역사회의 인구감소를 촉진하고 지역공동체 문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진이 자료가 확보된 전남 지역을 정밀 분석한 결과, 학교 1곳이 문을 닫을 때마다 시 또는 군 단위 지역에서 초·중·고에 다닐 만한 연령대의 청소년은 79~130명 줄고, 학부모 인구도 111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농산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구를 유출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상당수 지역 주민들은 작은 학교의 폐교가 공동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연구진이 농촌 지역 주민 875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농산어촌 지역이 황폐화됐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64.9%가 동의했다.

다니던 학교가 없어져 학교를 옮긴 학생들의 학습권과 복지는 악화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아이들은 학교를 옮긴 뒤 아침에 잠을 충분히 잘 수 없고(41.6%), 방과후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렵다(35.7%)고 답했다. 통학거리와 시간이 늘고 스쿨버스의 운행시간을 정시에 맞춰야 하는 탓이다. 길이 험해서 사고 위험을 염려하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21.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통학차량 운행 시간 때문에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 참여와 교우관계에 제약이 가해지고, 악천후로 통학차량 결행시 결석, 지각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은 학습권 보장 측면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로서 통폐합을 결정할 때 경제적 효과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 대한 의견은 반대가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통폐합 대상이 되는 작은 학교의 경우, 교사 892명 가운데 658명(79.1%), 교장 234명 가운데 171명(73.1%), 학부모 1670명 가운데 1096명(65.6%)이 반대했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1월 교과부의 정책 전환을 제안하는 내용의 이 보고서를 발간하자마자 대외비로 지정한 뒤 여태껏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발원의 문성룡 홍보기획실장은 “2010년에 진행한 연구 가운데 대외비로 지정된 건 이 보고서가 유일하다”면서도 “대외비로 지정한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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