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3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열린 ‘201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정오미 교사(맨 오른쪽)가 불곡중학교 부스를 찾은 관람객에게 학생들이 만든 그림책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불곡중학교 제공
불곡중학교 정오미 미술 교사 인터뷰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만든 계기는?
“불곡중학교가 지난해 미술교육 특성화학교로 지정되면서 교육과정을 고민했다.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닌 과정을 기획하고 싶었다. 미술에 흥미가 없거나 미술 계통으로 진로를 잡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미술 수업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로탐색과정반을 만들었다. 수업을 위해 따로 미술실도 꾸몄다. 특성화반 수업만을 위한 공간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 특이하다.
“그냥 그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그림을 그리게 하면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들이 공을 많이 들여 그림책을 완성한 것 같다.
“점심시간에 급식을 흡입하듯 먹고 그림책을 만들러 오는 아이도 있었다. 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정규 수업이 끝난 뒤에 스스로 미술실에 남아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마도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꾸며 책을 만들어 보는 활동이 새롭고 즐거운 과정이라 여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림책을 만들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아이들이 많다. 의도한 바였나?
“의도하지도 않았고 예측하지도 못했다. 미술심리치료효과는 뜻밖의 결과였고 성과였다. 그림책을 만들게 하니까 마음에 상처가 있던 아이들이 달라졌다. 그래서 내년엔 미술 그림책을 통한 감성치유과정으로 발전시켜볼 계획이다. 그리고 나도 미술심리치료와 상담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교사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 상담과 뗄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진로탐색과정이 나한테도 도움이 됐다.(웃음)”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점은?
“얼마 전에 도교육청 특성화교육 관련 연수를 갔다 왔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예술 중점학교의 성과가 부실하다는 말이 나와 속상했다. 아마 고등학교는 입시와 연결된 결과물이 나오지만 중학교는 정량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미술 교육을 비롯한 예술 교육은 감성을 키우는 교육이다. 전공할 아이들한테만 필요한 과정이 아니다. 실제 예술 중점 교육 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원을 좀더 확대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학생들의 그림책을 보며 웃고 느끼고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이런 생각, 감정을 나누고 싶다. 학교폭력과 왕따, 가족 해체, 단절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다. 모두 감성이 부족한 교육 현실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을 넘어서 감성을 키워주고 상처를 치유하는 그림책 수업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미술교육의 혜택과 장점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정종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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