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임성미의 ‘다시 고전으로’
미국의 심리학자 존 메이어는 그의 책 <성격지능>(Personal Intelligence)에서 흥미로운 실화를 들려줍니다. 이것은 진짜 형사, 뉴욕시 경찰국의 형사 필이 범인을 잡은 이야기입니다. 범인 존스는 체포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에 누군가와 다투다가 그를 총으로 쏜 뒤 달아났고, 도주하다가 수차례 사람들과 충돌하였으며, 계속 위험한 행동을 했습니다. 존스에 관한 정보들을 갖고 있던 형사 필은, 예측대로 존스를 그의 고향 골목길에서 발견했습니다. 존스를 만난 순간 필은 여러 단서들(범인의 성격, 몸 상태, 행동들, 상황들)을 모아 범인의 심리 상태를 판단한 다음, 자연스럽게 존스에게 접근하여 말을 붙였습니다.
“이봐, 존스. 자네 알고 있나? 자네 때문에 아침부터 밤까지 여기서 개고생을 하고 있어. 제발 그만 돌아다니고 차에 좀 타게.” 그러자 놀랍게도 존스가 몸을 돌려 스스로 차 문을 열고 차에 탔습니다. 형사 필은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를 존스에게 주며 수갑을 채웠지요. 믿기지 않겠지만 실화인 이 이야기에서, 형사 필은 어떻게 존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존 메이어의 말에 의하면, 형사들이 범인들보다 똑똑하기 때문이고, 정보들을 수집하고 단서들을 찾은 뒤 올바른 계획을 세워 적절히 전술을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경찰관의 이런 능력을 성격지능이라고 말하는데, 여러 정보를 통합하여 상대방의 성격을 알아채고 그것으로 심리와 행동을 예측하고 판단하며,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 내는 능력입니다.
독서에서 ‘탐정처럼 읽기’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도 바로 책을 읽으며 성격을 추론함으로써 형사 필과 같은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두 번의 읽기로 길러지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정보들을 해독하고 거기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단서들을 모은 뒤 자신의 기존 지식과 통합하여 판단하는 과정에서 능력이 키워질 수 있습니다. 만약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는다고 생각할 때, 첫 부분에서부터 독자는 어느 정도 다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단서를 얻게 됩니다. 그는 나이 오십에 밤이고 낮이고 기사도 소설 읽기에 몰두하는 사람이고, 그러다가 세상의 악을 바로잡고 불행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며 기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낡아빠진 허술한 무기들로 무장하고 길을 떠나지요. 따라서 독자는 벌써부터 다음에 벌어질 엉뚱한 일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불안’을 감지하는 센서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예상대로 돈키호테는 모든 상황과 만나는 인물들을 자신이 읽었던 기사도 소설에 빗대어 이해하고 그에 대응합니다. 결투에서 패하면 그저 마법사의 탓으로 돌리면 그만입니다. 돈키호테는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위해 무모할 정도로 돌진하는 성격이지요. 현대에 와서 돈키호테의 이런 저돌적인 성격은 안락함에 취하지 않고 모험을 떠나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 인생의 경험을 쌓아가는 사람, 이상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는 도전정신의 모델로 추앙되기도 합니다. 사실 탐정처럼 읽으려면 마치 범인을 찾듯이, 구석구석 샅샅이 읽으면서 사건들의 실마리와 꼬투리를 잡으려고 애써야 합니다. 때로는 깊이 파고들어 가는 끈기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필요합니다. 만약 위에서 소개한 형사 필이 소설 속에서 돈키호테를 만났다면 어떤 말로 그를 설득하여 집으로 돌려보냈을까요?
임성미 ㅣ 독서교육전문가

‘탐정처럼 읽는 능력’은 한두 번의 독서로 길러지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 정보를 해독하고 거기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단서를 모은 뒤 자신의 기존 지식과 통합·판단·추론하는 과정에서 탐정처럼 읽는 능력이 키워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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