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제2터미널 유리창 너머 푸른 하늘이 보인다. 인천공항/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환승객이라는 이유로 외국인 난민 신청자를 공항 환승구역에 약 14개월을 머물게 한 법무부의 결정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 위법한 수용”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난민 신청 접수를 받지 않고 기약 없이 공항 환승구역에 방치하는 행위는 불법적인 수용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고승일)는 아프리카 출신 ㄱ씨가 “공항 환승구역 내 구금을 해제해달라”며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인신보호 구제청구 소송 항고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ㄱ씨에 대한 수용은 ‘강제적인 위법한 수용’이라고 판단했다.
ㄱ씨는 지난해 2월 고국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여 난민신청 접수를 하려고 했지만 출입국사무소는 ㄱ씨가 공항 ‘환승객’에 불과하고, 입국자격이 없다며 난민인정 신청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4개월(423일)을 공항 환승구역에서 노숙하다 지난 4월 수용 임시해제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으로 공항 밖으로 나왔다.
재판부는 ㄱ이 이미 공항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판결의 실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했다. 앞서 1심은 법무부의 조처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며 기각 판결을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ㄱ씨를 공항 환승구역에 방치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쪽은) 지난해 2월 ㄱ씨가 인천공항 환승구역 출국장에서 대한민국 입국을 위한 난민신청을 했음에도 난민법이 정한 난민 인정 신청 절차를 개시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입국을 불허했고, 그 뒤 ㄱ씨가 외부와의 출입이 통제되는 한정된 공간인 환승구역 출국장에서 장기간 머무르도록 강제했다”며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이라 해도 (법무부 결정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위법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ㄱ씨가 자발적으로 환승구역에 머무르고 있고, 다른 국가로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에 반한 수용이나 보호, 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은 “ㄱ씨가 ‘환승구역’에 머무르고 있을 뿐 수용·보호 또는 감금됐다고 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을 했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부 주장은) ㄱ씨가 부당하게 난민신청의사를 포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오히려 이런 주장을 통해 ㄱ씨가 난민신청의사를 포기하지 않으면 환승구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법무부 또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인 원심 결정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단은 출입국관리소 결정만으로 공항에 수용 또는 구금되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권리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ㄱ씨를 대리한 사단법인 두루 이한재 변호사는 “환승구역에 강제로 수용된 ‘공항난민’들은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행정 소송을 진행해도 공항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법원이 이같은 행위는 ‘위법한 수용’이란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앞으로 법무부에서도 기약 없이 이들을 가둔 채 책임을 회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ㄱ씨처럼 앙골라의 루렌도 가족도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소에 의해 난민 인정 심사를 받지 못해 공항 터미널 탑승구역에서 287일을 머무른 바 있다.
ㄱ씨는 현재 이 변호사와 민간지원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난민 심사를 준비 중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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