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서울지역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 공무원과 산하기관 소속 임직원 관리책임은 당시 시장인 제게 있는 것이 맞다. 개발이익 민간 독식을 막으려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 5503억원을 시민에게 돌려준 성공한 공공이익 환수 모델이라는 자평 일색에서 다소 물러서며 ‘도의적 책임’은 지겠다는 것이다.
성남시가 더 가져올 수 있었던 개발 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넘겨줬다는 배임 혐의 수사에 집중하는 검찰로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해 대장동 개발을 진두지휘한 성남시 쪽 관리책임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지사 쪽이 앞서 대장동 의혹을 방어하며 내놓았던 여러 해명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해명은 대장동 개발 사업 주주협약에 담긴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등 오히려 이 지사 쪽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대목들이 많아 성남시 책임을 스스로 키운 셈이 됐다는 법조계 평가도 나온다.
이 지사 쪽은 지난 달 22일 A4용지 56쪽에 달하는 ‘대장동 개발 사업 Q&A’ 자료를 배포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개요 및 경과 △민간사업자 공모 및 선정 △민관공동사업 구성 및 운영 △이재명 후보가 특혜를 준 것인지 여부 △화천대유 실소유자는 누구인가 △화천대유가 막대한 수익을 얻은 이유 △대장동 개발 사업의 정책적 의미 등 58가지 질문과 의혹을 자문자답하는 형식이다. 검찰 서면조사 수준의 질문과 답변을 스스로 한 셈인데, 이 가운데 민간사업자 선정, 사업 운영과 관련한 내용이 뒤늦게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
이 지사 쪽은 ‘화천대유가 1% 지분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사업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지분 50%+1주를 우선주로 가지고 있고 의결권도 있기 때문에 화천대유가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주주총회에 가면 우리(화천대유)는 발언 하나도 못한다. 이사 추천도 못했다”는 화천대유 총괄 임원 언론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대장동 사업 핵심 문서인 주주협약 내용을 확인한 결과, 2015년 협약 체결 당시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의결 과정에서 아무런 실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사 구성과 주주총회 의결 방식이 민간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에게 이런 내용이 제대로 보고가 안 된 것인지, 아니면 여러 번 좌초됐던 개발을 재임 중 성공시키기 위해 성남시가 이를 눈감아 줬는지 등이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부지 상당부분을 이미 확보해 둔 상황에서 민간사업자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점 등이 성남시 쪽 배임 여부를 판단하는데 고려될 수 있다.
이 지사 쪽은 또 ‘민간사업자 공모 심사가 단 하루만에 끝난 졸속·내정심사’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신속한 심사는 입찰 참가자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성남시 공무원,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 대한 로비나 압력, 청탁을 원천차단한 것”이라고 했다. 또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이 선정된 이유는 화천대유가 아니라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높은 점수를 받아 화천대유가 덩달아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유 전 본부장 ‘별동대’로 불리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이 사업자 공모지침안을 ‘밀실 작성’해 공고 이틀 전에야 담당 부서에 전달하고, 심사 과정에서도
민간사업자 쪽과 연결된 전략사업팀 인사가 참여한 상황 등과 배치되는 설명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에는 하나은행 컨소시엄 외에 산업은행,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각각 참여했는데, 이들 컨소시엄이 제출한 자금 조달 규모도 하나은행 컨소시엄 못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지사 쪽은 또 ‘경쟁입찰 없이 대장동 5개 부지 시행권을 화천대유가 확보한 것에 대한 성남시 책임’을 묻는 질문에 “사업협약, 인가조건, 법률 위반 사항이 없으면 특별히 간섭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재명 후보는 2018년 3월2일 성남시장직을 사직했기 때문에, 그것은 후임 시장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5년 당시 이뤄진 사업자 선정 및 이익 배분 과정을 두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 지사 본인이 중용한 유동규 전 본부장이 구속된 상황이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당시 ‘판단’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편 이 지사 쪽 해명 상당부분은 경기도 소속 경기연구원이 2019년 10월 발간한 <개발이익 공공환원 사례 심층연구> 연구보고서 중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심층 분석’과 상당부분 겹친다. 앞서 그해 9월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이익 5503억원 환수 발언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 유죄가 선고돼 지사직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해당 보고서는 “민간에게 개발 이익이 과도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공공이 적극적 역할을 통해 이익을 환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 공동연구자로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파트장으로, 나중에 유 전 본부장과 유원홀딩스라는 업체를 만든 정아무개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