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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삐뚤어진 대입 욕심’ 우정도 버렸다

등록 2006-02-10 18:40

PC방서 접수못한 친구 쳐다보며 사이트 `맹공격'
대입접수 대행사이트 모두 `미신고'업체…총체적 관리부실 지적
지난해 12월28일 대입 원서접수 대행 온라인 사이트가 마감시간을 앞두고 불통된 사상 초유의 사태는 당시 소문대로 일부 수험생들의 의도적인 무차별 사이트 공격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무차별 공격'에 가담, 경찰에 입건된 수험생들은 `사이트를 마비시켜 경쟁률을 낮추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했다고 진술, 결국 대입 과당 경쟁이 불러온 사태로 결론나고 있다.

어린 학생들조차 어떻게 해서든지 경쟁자를 밀어내고 자신만 대학에 합격하면 된다는 이기심과 결과 지상주의에 물들어 범법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입시 문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 또한번 드러난 셈이다. 또 대입원서 접수를 대행한 사이트 4곳이 모두 미신고 사이트로 밝혀지고 이들과 대행사이트 계약을 한 대학당국의 소홀함도 함께 지적돼 대입 원서 관리 체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만 합격하면 된다" = 10일 원서접수 대행사이트 마비 사건의 경찰 수사결과 원서접수 대행사이트 4곳 중 2곳을 집중공격해 입건된 피의자는 고3 재학생 16명, 재수생 15명, 대학생과 고1학생 3명 등 모두 34명. 사이트가 마비되자 마음이 조급해진 수험생들은 "누군가 경쟁률을 떨어뜨리려고 고의로 접속을 한꺼번에 많이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시만 해도 전문 해커의 소행이라고 여겼던게 사실이다.


이들 2곳은 전체 원서접수의 95%를 담당해 이들 사이트가 접속 불능되자 수험생의 절대 다수가 원서를 접수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하지만 경찰 수사로 입건된 이들 34명이 전문해커도 아닌 똑같은 수험생들로 밝혀지고 범행동기가 단순한 장난이 아닌 다른 학생을 떨어뜨리려고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경찰조차 `쓴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경찰에 입건된 고3학생은 친구 2명과 함께 원서를 접수하러 PC방에 갔다가 자신이 원서를 먼저 접수하자 친구 2명이 접속하고 있는 사이트를 공격해 사이트를 마비시키려고 했다. 이 학생은 친구 2명이 자신의 눈앞에서 원서를 접수하지 못하고 쩔쩔 매고 있었는데도 계속 사이트를 공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함께 입건된 한 여학생은 친오빠가 원서를 접수하자 오빠가 지원한 학과의 경쟁률을 떨어뜨리려고 과다 접속 프로그램으로 사이트를 맹공격했다. 입건된 34명 가운데 33명이 대입 원서 접수에 `성공'한 뒤 남이 접수하지 못하도록 `방해공작'을 해 고의성이 입증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고교 3학년 수험생인 자신의 딸이 사이트를 마비시킨 혐의로 입건될 위기에 처하자 "딸을 합격시키려고 내가 사이트를 공격했다"고 거짓말을 한 `빗나간 부정'도 있어 주위를 안따깝게 했다.

한양대 교육학과 노종희 교수는 "개인적인 입시부정이 아니라 경쟁자를 방해하려는 행위까지 저질렀다는 게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이런 학생들이 사회로 나오면 개인이익을 위해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 교수는 "대학입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과도한 경쟁이 올바른 사고를 왜곡하고 청소년의 사고 방식이 황폐화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공식 입시사이트 알고보니 `미신고' = 이번 경찰 수사결과 드러난 어처구니 없는 사실 중 하나는 한국의 수험생 60여만명이 관련 부처에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 사이트를 통해 원서를 접수했다는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21조는 부가통신사업(기간통신사업자에게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임차해 기간통신역무 외에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일)을 하려면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2006학년도 대입원서 접수를 대행한 업체 4곳은 이런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미신고 상태에서 대입원서를 접수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원서 접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적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업체와 원서접수 대행 계약을 한 대학의 소홀한 학사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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