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배리어프리(barrier-free)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이 지난해 8월 휠체어를 이용해 서울시 봉천구 인근 가게들의 편의시설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 서배공 제공
휠체어 장애인들이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입구에 경사로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한성수)는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등이 편의점 지에스(
GS)25 운영사 지에스리테일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10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09년 4월11일 이후 신축·증축·개축된 편의점 중 △직영점은 장애인 통행이 가능한 경사로나 호출 벨 등을 만들어야 하고 △가맹점에 대해선 본사가 장애인 편의와 관련한 통일적 영업표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점포환경개선비용 중 2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모든 사람은 공중이용시설과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2018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1층에 있는 편의점 입구에 문턱이나 계단이 있는 경우가 많아 그동안 휠체어 장애인들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에스리테일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의 ‘바닥면적 300㎡(약 91평) 미만의 공중이용시설은 일률적으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경사로 같은 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연 '공중이용시설 접근 및 이용에 대한 차별구제청구소송 1심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소송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시행령에 대해 “장애인 등의 모든 생활영역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한 모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했고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으며 평등원칙에 반해 무효”라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위 시행령 규정이 무효인 이상 지에스리테일의 편의시설 미설치는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지에스리테일에 시정을 요구했다. 다만 원고들이 국가를 상대로 ‘차별적인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20년 이상 개정하지 않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낸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동환 변호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한국은 바닥면적이 기준 미만일 경우 출입구 경사로와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해주고 있어, 현재 90%가 넘는 공중이용시설이 장애인 출입 불가 구역이 되고 말았다. 지에스리테일은 판결의 결과를 받아들여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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