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사직서를 냈다”고 알리며 A4 한 장 분량의 글을 올렸다. 정무직인 법무부 장관에 오르려면 검찰에서 퇴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국회가 응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한 후보자가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염두에 두고 검찰 내부에 사직 사실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다른 것 다 지워버리고 그것만 생각했다. 그런 사건에 따르는 상수인 외압이나 부탁 같은 것에 흔들린 적 없었다”며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어 “덕분에 싸가지 없단 소릴 검사 초년시절부터 꽤나 들었는데 ‘그런 거 안 통하는 애, 술자리도 안 오는 애’로 되니 일하기 편한 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손잡고 ‘적폐수사’에 앞장섰던 한 후보자는 조국 사태 이후 좌천 당하고 수사 대상이 된 경험을 “광기” “린치” 등 감정을 담은 거친 용어로 쏟아냈다. 한 후보자는 “그동안 두들겨 맞으면서도, 저는 제가 당당하니 뭐든 할 테면 해보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다.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썼다.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딸의 허위 스펙 쌓기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권력형 비리와 대기업 수사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아온 특수통 검사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서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과 손발을 맞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기소했고, 2017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보좌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 됐을 때도 검찰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한 후보자는 <채널에이(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2년 동안 수사를 받다 지난달 6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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