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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8000억 해법’ 삼성이 제시해야

등록 2006-02-23 19:39

기금 운영주체·용도 뚜렷해야 ‘딴 데’ 못쓴다
면죄부 성격 돈 내놓은뒤 모른척
시민단체서도 “정부개입은 곤란”

삼성이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8천억원의 처리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뚜렷한 처리방법 없이 출연금 문제가 표류하는 가운데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관리’ 필요성을 언급하자 일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가 삼성 돈을 주무르려 한다”며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다. 천문학적인 거액을 ‘조건 없이’ 내놓은 삼성의 속셈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적인 논쟁으로 번진 형국이다. 바람직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원인 제공한 삼성이 풀어야”=삼성의 8천억원 헌납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출연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이며, 운영 주체는 누구로 하는가’이다. 당장은 돈의 용도와 관리 주체를 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조건 없이’ 헌납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실체가 없는 ‘사회’에 돈보따리를 던져버린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복지재단이나 학계 등 전문가들은 논란을 일으킨 삼성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실장은 “기부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사회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기금을 던져버리듯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지금이라도 출연하는 쪽에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조건 없는 헌납이라는 게 너무 모호하고 무책임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박주원 기업책임시민연대 사무차장은 기금 운영과 관련된 원칙과 해법을 삼성이 분명히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의 천문학적인 기부는 외국에서 흔한 일이지만, 삼성의 헌납은 면죄부를 받으려는 성격이 강한 것 같다”며 “반삼성 기류의 원인이 돼온 지배구조 등 본질적인 문제는 놓아두고 돈을 내놓은 뒤 뒷짐 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은 뒤처리용?=보름째 겉돌던 8천억원 처리 문제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의사를 내비치자, 일부 언론뿐 아니라 시민단체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수진영은 이른바 ‘친정부 단체’로의 기금 전용을, 시민단체는 삼성 문제 처리의 직접 당사자로서 정부 개입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해온 참여연대는 23일 논평에서 “형사재판·법률개정 등 삼성 문제 처리의 직접 당사자인 정부가 (8천억원 처리에) 개입해서는 곤란하며, 정부 개입은 정치적 의혹만 부추길 뿐”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이 얼마나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금운용의 해법을 제시할 것이냐가 지난 7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에서 강조한 반성과 변화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규 연세대 교수(한국비영리학회장)도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기금을 출연한 쪽에서 어떤 용도로 쓰였으면 좋을지 의견을 내고 사회는 이를 존중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기금을 내놓은 당사자인 삼성은 관망하고 있다. 구체적인 운영 주체를 언급할 경우 기금관리에 관여한다는 비난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삼성 쪽의 판단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8천억원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과거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둘러싼 진정성 논란을 잠재우는 대신, 8천억원 사회헌납 효과를 극대화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기금의 용처는 정부와 사회가 잘 알아서 결정해줄 것으로 믿으며, 만약 정부에서 의견을 물어오거나 협의 요청이 있으면 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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