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모습. 사진 정용일 기자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막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안 두 가지를 권고했지만, 노동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해 권고를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부당노동행위 증거확보가 어려운 노동자를 위해 당사자 신청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문서제출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사용자’ 개념을 확대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부는 ‘당사자 신청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제도’ 도입은 “당사자가 요청하면 노동위원회가 서류제출명령을 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에게 신청권을 부여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권고 이행을 거부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사용자에게 편중된 현실에서 노동위원회가 직권조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당사자 신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원청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그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권고에도 노동부는 “사용자 개념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 같은 위법적 사항을 사용자 개념 요소에 규정하는 건 법 체계상 정합성에 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냈다. 이에 인권위는 “원청이 근로 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상대에서 제외되면 노동3권을 통한 하청근로자의 노동조건 개선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원·하청 관계에서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법적 분쟁이 많은 현실에 비춰, 2009년과 2019년에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정의 규정을 확대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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