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만을 강요하는 군대, 정말 공포스러웠어요.”
현역 전투경찰대원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서울 도봉경찰서 112타격대 소속 유정민석(24·일경)씨가 “오로지 천편일률적이고 획일화된 남성성만을 교육시키는 군대를 온몸으로 거부한다”며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성애자임을 드러내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것은 지난 2003년 7월 임태훈(31)씨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임씨는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고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해 6월30일 1년4개월만에 가석방된 바 있다. 이번 유씨의 결단에는 임씨가 크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가 연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씨는 “남성은 오직 남성성만을 갖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내 정체성은 병역 의무로 줄곧 억압돼 왔다”며 “내 섬세한 부분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군대 문화에 공포감마저 느꼈다”고 그동안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연대회의도 논평을 내고 “1998년 유엔인권위원회는 결의안 77호를 통해 ‘복무중인 군인일지라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천명한 바 있다. 군당국은 성적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유씨가 복무중인 도봉경찰서 경비교통과 전경관리반 오주영 경사는 “부대에서도 유씨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며 “본인의 뜻에 따라 제대시키기 위한 조처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유씨는 한달간의 병가를 마친 뒤 아직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여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낮 1시10분께 종로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에서도 이전에 이런 사례가 없었던 탓에 유씨의 신병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김윤식 도봉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아직 전례가 없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부의 지침에 따라 적절히 처리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해 9월25일 군에 입대한 뒤 11월17일 서울 도봉경찰서 112타격대로 배치돼 근무해왔다. 11월29일부터 올해 1월2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그 결과 ‘군복무 부적격자‘로 판정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통합병원 신검과와 신경정신과에서 다시 진료를 받은 결과 7급 판정이 내려져 6개월 후 다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에서 “성적소수자의 생존권, 안전권, 노동권,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에서 “성적소수자의 생존권, 안전권, 노동권,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