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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성희롱 신고 뒤 감찰·징계당한 경찰관…사실상 징계 취소

등록 2022-12-08 07:00수정 2022-12-08 14:37

태백서 성희롱 가해자만 12명…신고 뒤 감찰·고발 당해
인사혁신처, ‘감봉 1개월→불문경고’…징계 아닌 행정처분

3년 전 강원 태백경찰서에서 동료 경찰들한테 당한 집단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뒤 되레 징계 처분을 받은 여성 경찰이 두번째 심사에서 ‘불문경고’로 감경됐다. 지난 2019년 조직 내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뒤, 쏟아진 형사고발과 감찰을 견딘 ㄱ경장은 이제서야 “새출발을 하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7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이날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는 ㄱ경장이 올해 8월 삼척경찰서 징계위원회에서 받았던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하고 ‘불문경고’로 감경 결정했다. 불문경고는 현행법상 징계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가벼운 행정처분이다. ㄱ경장은 이날 <한겨레>에 “마음 한쪽으론 편하면서도 앞으로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다”며 “진실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아 조직에서 버려진 느낌을 받았지만, 지난 시간은 잊어버리고 경찰관으로서 새출발을 하려 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ㄱ경장은 이 일을 겪으며 얻은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으로 현재 휴직 중이다.

성희롱 피해자인 ㄱ경장을 향한 보복성 고발과 감찰은 그가 2019년 순경 임용 뒤 태백경찰서에서 당한 피해를 신고(2020년 9월)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 수만 12명이었지만 즉각적인 보호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태백서는 내부 신고를 받았다며 ㄱ경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고, 지난해 7월엔 그가 관리하던 유실물이 사라졌다며 절도 혐의로 형사 고발도 했다.

수사를 시작한 강원경찰청은 ㄱ경장이 업무상 위법을 저질렀다며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결정했다.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수사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ㄱ경장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원청은 ㄱ경장의 업무상 과오가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추가 감찰에 들어갔고, 당시 ㄱ경장이 근무한 삼척서는 지난 8월 업무상 책임이 인정된다며 감봉 1개월 처분을 했다. 이에 ㄱ경장에 대한 징계는 과도하다는 취지로 206명의 경찰 동료들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성명을 내 “(경찰 대응은) 피해자 보호조치에 정면으로 반하며,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전형적인 2차 가해행위”라며 징계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동안 ㄱ경장을 대리한 류재율 변호사는 “경찰 뿐 아니라 군이나 검찰 등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징계를 당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별건으로 징계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라는 것을 인식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ㄱ경장은 “피해신고를 한 뒤 역으로 피해를 받을 것 같은 두려움이 커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겼을 때 쉽게 신고를 못할까봐 우려되지만,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해준 경찰청밖에 기댈 곳이 없었다. 앞으로는 다른 동료 여경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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