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에서 주로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갱도 밖에 머문 기간이 길더라도 폐암의 발병, 악화와 관련한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28년 동안 탄광에서 경비원 등 업무를 하다가 2016년 숨진 ㄱ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ㄱ씨는 1962년부터 12년간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경비원으로, 1974년부터 15년간 강원탄광에서 경비원과 채탄부로 일했다. 그러다 2016년 1월 폐암 진단을 받고 같은해 8월 숨졌다. ㄱ씨의 배우자는 ㄱ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 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ㄱ씨가 대부분의 기간을 경비원으로 근무해서 폐암 발암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 노출량이 부족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ㄱ씨 쪽은 재심청구 등 후속 절차를 밟았지만, 업무상질병판정위와 같은 취지로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 유족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가 지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자문 의사 중 일부가 “최소 2~3년 이상 갱내 작업을 했다면 업무와 폐암 사이의 관련성이 높다”는 의견을 개진한 점, 재판 과정에서 살펴본 통계자료 중 “탄광 갱도와 다소 거리가 있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도 다른 곳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폐암 환자에게 적어도 2~3년의 갱내작업 이력이 있다면 의학적으로 폐암의 업무연관성을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요건은 갖췄다고 봐야한다. ㄱ씨가 인근 마을 주민들보다 훨씬 탄광과 가까운 곳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고려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ㄱ씨의 경우 최대 6년 간 갱내에서 채탄작업을 했고 여기에 더해 최소 20년간 갱외 주변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으므로 폐암의 업무연관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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