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정상을 뒤덮은 사랑벌레.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해부터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하기 시작한 사랑벌레(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올해도 나타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북한산에도 많은 개체수가 출현해 지난 주말 등산객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북한산을 관리하는 국립공원은 생태계 영향과 7월초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랑벌레의 특성 등을 고려해 화학적 방제는 시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3일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지난 1일 게시된 ‘현재 국립공원 내 붉은등우단털파리와 관련해 안내드립니다’는 제목의 글과 영상이 있다. 국립공원이 올린 영상을 보면, 북한산 백운대 정상 바위와 비석 등에 사랑벌레가 까맣게 뒤덮고 있다. 검은색 벌레들이 정상 주변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날아다니고 있기도 하다.
등산객들도 북한산 정상을 뒤덮은 사랑 벌레에 놀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백운대에 러브버그가 가득하다’. ‘러브버그가 북한산을 점령했다’는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에스엔에스에는 등산객들의 옷과 모자 등에 사랑벌레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진이 꾸준히 올라온다.
등산객의 모자에 붙은 사랑벌레(러브버그). 등산객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랑벌레는 해충이 아니지만, 많은 개체수가 한꺼번에 나타나 보기에 혐오스럽다 보니 지자체에 방역을 해달라는 민원이 많다. 그러나 국립공원공단은 화학적 방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국립공원은 인스타그램에 “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 연구과 담당자 답변을 공유 드린다”며 “러브버그가 작년에 비해 고온 다습한 날씨와 장마로 인해 약 작년 대비 열흘 정도 조기 발생을 했으며 6월 중순에서 7월 초에 집중돼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은 “국립공원 내에서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방제 및 생물학적 방제는 시행하지 않는다”며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며, 짧은 생활사로 인해 7월 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산 정상을 뒤덮은 사랑벌레.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갈무리
북한산 정상을 뒤덮은 사랑벌레.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랑벌레는 크기가 1㎝가 되지 않는 자생종 털파리로,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한다. 한 번에 200∼300개 알을 낳지만 생존율이 높지 않다. 사랑벌레는 햇빛에 노출되면 활동력이 저하돼 서서히 자연 소멸한다.
구청과 보건소 등은 사랑벌레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우선 방충망을 정비하고 물에 약한 사랑벌레 특성상 벌레가 많이 붙은 곳에 분무기 등으로 물을 뿌리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