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내몬 들녘엔 겹겹 철조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평택 대추리 황새울 벌판에서 4일 오전 국방부 수송헬기가 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철조망 등 자재를 내려놓고 있다(왼쪽). 공병부대원들이 4일 오전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 황새울 벌판에서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
평택/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유혈부른 퇴거조처
경찰 밀어붙이는 틈 군 철조망 설치 ‘작전’
“깔아뭉개” 토끼몰이식 연행 폭력 휘둘러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터지고 120명 부상
경찰 밀어붙이는 틈 군 철조망 설치 ‘작전’
“깔아뭉개” 토끼몰이식 연행 폭력 휘둘러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터지고 120명 부상
작전명 ‘여명의 황새울’. 작전은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황새울 벌판에 동이 트며 시작됐다.
10여시간에 걸친 작전 동안 경찰과 시위대가 직접 충돌한 시간은 모두 1시간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위에 참여한 1천여명 가운데 부상자는 120명을 넘는다.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다친 셈이다. 부상자 수가 나타내듯 이날 군·경의 작전은 유례없이 ‘폭력적’이었다.
시위대는 지름 5㎝, 길이 3~4m의 대나무봉을 시위도구로 들었다. 경찰이 폭력시위 주범으로 지목한 쇠파이프나 가스통 등은 없었다. 새벽 6시30분께 대추분교 정문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20여분 가량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시위대의 대나무봉은 이미 갈라지고 부러져 ‘무용지물’이 됐다.
대추분교 일대를 1만명이 넘는 경찰이 포위한 상황에서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로 맞선다는 건 애초 무리였다. 그럼에도 경찰은 오전 9시께 강경진압에 나섰다. 시위대는 이미 ‘맨몸’이었다.
경찰은 진압봉과 방패를 휘둘렀다. 박덕재씨는 뒷머리를 방패에 찍혔고 소설가 이재웅씨는 정수리 부분을 곤봉에 맞았다. 강혁씨는 돌에 맞아 이마가 찢겼고, 한 20대 여성은 목봉에 맞아 아래위 이빨 1개씩이 부러졌다. 경찰은 달아나는 시위대를 쫓아가 곤봉으로 내려쳐 졸도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또 경찰에 끌려가는 한 시민단체 소속 여성은 웃옷이 모두 벗겨지기도 했다. 보다 못한 취재진이 해당 경찰관에게 소속을 묻자 곧장 달아났다. 취재기자들도 뭇매를 맞았다. <경향신문> 사진부 김아무개(34) 기자는 곤봉으로 머리를 맞았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으나 경찰 5명은 그를 대추분교 별관 공터로 끌고가 방패로 찍고 군홧발로 짓밟았다. <한겨레 21> 길윤형(29) 기자와 <로이터통신> 기자도 경찰의 폭력에 얼굴이 찢기고 머리가 깨졌다.
학교에서 다친 부상자 14명이 농협창고 마당으로 옮겨졌지만 응급조처는 없었다. 주민들은 집에서 가져온 헝겊 쪼가리로 흘러내리는 피를 막고 누워 있어야 했다. 학교 건물로 물러서는 시위대를 방패로 위협하며 줄곧 몰아붙이던 경찰 대오에서는 “무조건 까버려. 깔아뭉개!”라는 고함이 계속 터져나왔다.
한동안의 충돌이 끝난 뒤 경찰과 시위대가 10여m 거리를 두고 대치하는 동안 군은 3대의 헬기를 동원해 운반한 철조망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군이 ‘안전’하게 철조망과 막사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는 사이 경찰은 두번째로 대추분교 진입을 시도했다.
그리고 불과 5분여 만에 대추리 옆 내리 쪽 시위대의 ‘방어선’이 뚫리면서 경찰 병력 수백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대를 연행하지 않고 철저히 학교 건물로만 몰아붙였다. 대오를 흩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경찰의 피해를 막으려는 의도에서였다. 운동장 곳곳에서 주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으나 경찰은 오직 시위대를 학교 건물 쪽으로 밀어붙이는 데만 집중했다. 이른바 ‘토끼몰이’식 진압이었다. 경찰은 5분여 만에 완전히 학교 운동장을 ‘점령’했다. 시위대에선 이때 50여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에 밀린 시위대 400여명이 한꺼번에 좁은 현관으로 몰리면서 유리창이 깨지고 집기가 부서졌다. 뒤따른 경찰이 1층 현관까지 들이닥쳐 진압봉과 방패를 휘두르는 바람에 부상자는 더욱 늘어났다. 경찰이 건물을 장악한 뒤 대추분교에서는 200ℓ 가량의 휘발유와 시너 1통이 발견됐다. 경찰은 2층 바닥에 경유가 흩뿌려져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2층 진입을 강행해 자칫하면 큰 사고를 부를 뻔했다. 경찰은 “평택소방서의 살수차와 화학차를 준비해 위험요소를 차단했다”고 해명했다. 과잉·폭력진압 주장에 대해 고기철 경기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정당한 공무집행을 폭력으로 방해하는 시위대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불상사”라며 “다친 경찰도 많다”고 밝혔다. 평택/홍용덕 전진식 이재명, 수원/김기성 기자 ydhong@hani.co.kr
평택 285만평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주민 접근차단 ‘속전속결’ 공사 나설듯
미군 이전사업 어떻게
4일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대추리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 지역이다. 대추리를 포함해 평택시 팽성읍 일대 285만평에 새로 조성되는 부지와 평택시 서탄면의 오산 미군기지 확장분 64만평 등 모두 349만평에 용산기지와 미 2사단이 옮겨오게 된다.
국방부는 대추리 지역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마무리함에 따라 앞으로의 사업일정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날 하룻만에 팽성읍 일대 285만평 전체를 에워싸는 총길이 29㎞의 철조망을 설치했다. 이 가운데 8㎞는 이중으로 철조망을 둘러 주민들의 접근과 영농활동을 차단했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이날 팽성읍 일대 확장이전 터 285만평을 ‘군사시설보호 제한구역’으로 지정해 평택시장에게 통보했다. 군사시설보호 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 건물의 신·증축이 제한된다.
정부는 이달부터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시굴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9월 말까지 시설종합계획을 작성하는 한편, 7월부터는 공사 설계에 들어간다. 정부는 10월부터는 기반공사에 들어가, 내년 4월에는 시설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경찰에 쫒겨 바닥에 쓰러진 참석자를 방패로 내리 찍고 있다. 시민의 신문 제공
그리고 불과 5분여 만에 대추리 옆 내리 쪽 시위대의 ‘방어선’이 뚫리면서 경찰 병력 수백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대를 연행하지 않고 철저히 학교 건물로만 몰아붙였다. 대오를 흩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경찰의 피해를 막으려는 의도에서였다. 운동장 곳곳에서 주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으나 경찰은 오직 시위대를 학교 건물 쪽으로 밀어붙이는 데만 집중했다. 이른바 ‘토끼몰이’식 진압이었다. 경찰은 5분여 만에 완전히 학교 운동장을 ‘점령’했다. 시위대에선 이때 50여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에 밀린 시위대 400여명이 한꺼번에 좁은 현관으로 몰리면서 유리창이 깨지고 집기가 부서졌다. 뒤따른 경찰이 1층 현관까지 들이닥쳐 진압봉과 방패를 휘두르는 바람에 부상자는 더욱 늘어났다. 경찰이 건물을 장악한 뒤 대추분교에서는 200ℓ 가량의 휘발유와 시너 1통이 발견됐다. 경찰은 2층 바닥에 경유가 흩뿌려져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2층 진입을 강행해 자칫하면 큰 사고를 부를 뻔했다. 경찰은 “평택소방서의 살수차와 화학차를 준비해 위험요소를 차단했다”고 해명했다. 과잉·폭력진압 주장에 대해 고기철 경기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정당한 공무집행을 폭력으로 방해하는 시위대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불상사”라며 “다친 경찰도 많다”고 밝혔다. 평택/홍용덕 전진식 이재명, 수원/김기성 기자 ydhong@hani.co.kr
평택 285만평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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