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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언제 어디서 누구에 꼼꼼히…‘살생부’ 다이어리

등록 2006-07-13 18:57수정 2006-07-14 14:50

검찰은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가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 등에게 돈을 건넨 장소와 액수 등을 상세하게 적은 일지를 김씨로부터 제출받았다.
검찰은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가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 등에게 돈을 건넨 장소와 액수 등을 상세하게 적은 일지를 김씨로부터 제출받았다.
[김홍수 법조비리 파문]
진정서와 함께 수사 해결 ‘열쇠’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이 확대되는 데는 김씨가 직접 작성한 진정서와 다이어리가 결정적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께 이 사건 수사에 나선 검찰은 김씨가 수감돼 있던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다 진정서를 발견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김씨는 이 진정서에 자신의 처지에 대해 모르쇠 놓는 법조인들을 원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10년 넘도록 친교를 맺어왔으면서도 자기 처지를 방관하는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인간적 배신감과 함께 그의 비리에 대해서도 적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씨가 원망하는 마음을 담은 진정서를 쓰긴 했지만 관련 기관에 스스로 제출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 진정서를 쓸 당시 검찰에 흘러갈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던 만큼, 상당 부분 진실된 내용을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가 꼼꼼히 정리해온 다이어리도 수사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월부터 구속되던 7월까지 자기 행적을 꼼꼼히 담은 다이어리에는 매일 자신이 접촉한 인물과 일시, 장소, 전달 액수, 목격자 등을 자세히 적어놓았다. ‘2005년 ○월○일 오후 ○시, 서울 강남 ○○호텔 ○○○커피숍에서 ○○○에게 3천만원 전달. 쇼핑백 2개에 2천만원, 1천만원씩. ○○○ 현장 동행’, ‘○○○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연구소 기금으로 5천만원을 쇼핑백 2개에 전달’ 이런 식이다.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이 보좌관은 하이닉스 주식을 인수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6억3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다이어리는 압수수색에서도 찾지 못했는데, 김씨가 지인을 통해 자진 제출했다”며 “일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 수사에 좋은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증거물이 확보되면서 검찰도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고법 부장이…” 사법부 공황상태

“떡값도 아니고 청탁이라니” “외부 감독기구 필요” 여론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한테서 사건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았다는 검찰 수사 내용이 13일 공개되자 법원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법관들은 특히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위 법관이 검찰에 불려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은 이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들은 대부분 반성과 함께 모욕감을 토로했다. 한 소장 판사는 “검찰이 고위 법관이 연루된 비리를 수사한다는 소문은 이미 들었지만, 이렇게 충격적인 내용인 줄은 몰랐다”며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금도를 넘어 결국 환부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도 “사회는 빠른 속도로 투명해지고 있는데, 법관들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판사들이 특권의식에 빠져 사회의 변화에 무감각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예전에 일어났던 의정부 법조비리나, 윤상림씨 사건 등이 대부분 ‘떡값’ 성격의 돈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청탁이 실제 있었다는 소식에 법관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수사가 마무리되면 대국민 사과문을 포함한 입장을 발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법조 관련 비리가 터질 때마다 사건 브로커 접촉 제한, 전관예우 근절, 법관 윤리강령 개정 등 개혁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법조 비리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법부를 외부에서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한 판사는 “이번 사건은 윤리강령 정도로는 사법부 개혁이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미국처럼 법원으로부터 독립된 기구에서 판사의 비리를 감독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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