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9일 제주에서 김포로 향하며 소낙비구름대 사이로 고속비행하다 경기도 일죽 나들목 상공에서 우박을 맞은 뒤 깨진 아시아나 8942편의 방풍창을 조종석에서 본 모습. 항공사고조사위원회 제공
아시아나 사고, 새로 드러난 사실들…
항공기상대 기상정보 제대로 이행 안해
항공기상대 기상정보 제대로 이행 안해
지난 6월9일 우박을 맞고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8942편은 항공기상대의 기상정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으며, 안전을 등한시한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매뉴얼도 사고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들은 29일, 건설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사고조사 중간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지상에 충돌위기도=사고기는 우박을 맞고 나서 비상착륙하기 17분 전, 김포공항 서쪽의 계양산(1296피트)과 충돌할 뻔한 일촉즉발의 위기를 모면했다. 이는 사고 뒤 조종사가 관제소에 ‘정밀계기접근 장치’(ILS)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탓이었다. 관제소는 계양산을 향하는 항공기에 4천피트로 상승할 것을 지시했지만 기장은 “전방에 산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에 관제소는 다시 4천피트 높이까지 ‘급상승’을 지시했다. 계양산을 피한 뒤에 관제소가 관제소의 유도 방향을 인식하는 정밀계기접근 장치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자 그때서야 기장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검토한 한 조종사는 “조종사가 정밀계기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을 신속히 통보하지 않는 바람에, 적절한 관제 지시가 지연돼 충돌위기를 겪었다”고 말했다.
운항 매뉴얼이 사고불러=사고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운항 지침인 ‘에이321 매뉴얼’과 이를 토대로 아시아나가 자체 마련한 표준 운영절차의 ‘뇌우 회피거리 기준’이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321’엔, 기상레이더의 자홍색·빨강(천둥비·우박 지역)과 녹색(주변지역) 영역으로부터 5~20마일을 떨어져 운항하라고 돼 있는 반면, 표준 운영절차에는 ‘빨강’에서 5~20마일의 거리를 두고 회피비행하도록 하고 있다.
사고위도 “(이렇게 서로 다른 운항 지침은) 조종사가 녹색 구역(주변 지역)을 회피 대상 구역에 포함시키지 않고 비행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종사는 사고 당시 빨강 구역만 피해가려는 ‘곡예비행’을 하다 우박을 맞았다.
기상 정보도 외면=사고 당일 아시아나는 항공기상대가 항공 고정통신망으로 발송하는 나쁜 기상 정보를 사내 운항감시통제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다. 때문에 사고기 조종사는 “인터넷을 통해 (항공기상대의 기상 정보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론 비구름대의 대략적 위치 정도만 파악할 수 있고, 항로나 공역이 표시되는 지도가 없어 항로비행에 정확히 적용되기 어렵다.
사고 당일 기상청은, 사고가 나기 2시간20분 전 항공 고정통신망을 통해 사고기의 항로 및 공역에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뇌우가 예상되고 1만~1만5천피트 상공 전체가 구름으로 덮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기처럼 제공된 정보도 이용하지 않을 경우엔 매 시간 예보가 있을지언정 쓸모가 없는 셈이다.
35억원 피해, 과징금 물어야=사고 재산피해액은 35억원이었다. 항공법 시행령에는 “항공기 ‘사고’로 인한 항공기 또는 제3자의 재산피해가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과징금 1억5천만원”이라고 돼 있다. 또 항공법 위반 사고의 경우, 회사에 대한 징계는 건교부 항공안전본부가, 조종사에 대한 징계는 서울지방항공청이 한다. 항공안전본부 쪽은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뒤 행정 처분과 징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지난 6월9일 승객 200여명을 태우고 제주도를 떠나 김포공항으로 오던 아시아나 항공기 OZ 8942편이 소낙비 구름을 피하지 못하고 낙뢰를 맞아 조종석 앞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아찔한’ 사고를 당한 뒤 김포공항에 위태롭게 착륙한 직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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