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1심판결 논리 비약…공모도 불분명”
검찰 “대법판례 뒷받침…간접정황만으로 공모 입증”
검찰 “대법판례 뒷받침…간접정황만으로 공모 입증”
“전환사채 헐값발행 유죄” 판결 뒤집나
지난 2003년 12월 검찰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재용씨등 4남매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배정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에버랜드의 허태학 전 사장과 박노빈 전 상무를 기소한지 3년 가까이 지났으나 아직 공판은 2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이건희 회장 소환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에버랜드 사건 공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의 법률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전환사채를 주식의 시가보다 싸게 발행한 것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5부가 지난 7월 공판에서 검찰을 상대로 “에버랜드 경영진의 공모 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라”며 석명권을 행사한 이후 논란은 뜨거워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고등법원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가 7월20일 공판에서 ‘1심 판결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말한 것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을 회사의 손해라고 판단한 것을 겨냥한 것”이라며 “전환사채 발행은 기본적으로 자본거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주주와 관련이 있을 뿐, 회사의 손익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 항소심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재판부는 9~10월께 선고를 내릴 방침이었으나, 재판장이 정기인사로 교체되는 바람에 연기됐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이 공모해서 에버랜드에 손해를 가한 것이 유죄로 인정되는 이상, 에버랜드 주주 등과의 공모에 의해서만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허씨 등 두 피고인의 공모 관계가 검찰의 공소사실에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피고인이 전환사채 발행과 제일모직 등 다른 주주 계열사들의 실권, 그리고 이재용씨 남매의 인수에 이르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고, 다른 주주들과 어떻게 공모했는지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회사의 손해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과 허태학·박노빈 두 피고인과 주주들의 공모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특정해야 하는 두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검찰은 전자의 경우 대법원 판례(선고 2001도3191)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대법원 판례 뿐 아니라 학계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공모관계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21일 재판장이 바뀐 뒤 열린 첫 공판에서 “간접 정황만으로도 공모 관계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며 “전환사채란 회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인수될 것을 기대하고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에버랜드 주주들이 실권한 것은 타당하다’고 주장할수록 논리적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석명권 행사에 대한 의구심도 내비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에버랜드 쪽 변호인으로 선임돼,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배임이 안된다’는 의견서를 써 낸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항소심 재판의 ‘이상 기류’와 관련해 검찰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피고발인들을 빨리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삼성 총수 일가의 부당한 지배권 이전에 있기 때문에 이 회장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공모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교수(한성대)는 “삼성그룹 차원이 아니라,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 문제만 독립적으로 보면 배임죄 적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검찰이 이 회장 등을 추가 기소하지 못한 채 항소심이 진행된다면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춘재 이순혁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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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전자의 경우 대법원 판례(선고 2001도3191)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대법원 판례 뿐 아니라 학계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공모관계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21일 재판장이 바뀐 뒤 열린 첫 공판에서 “간접 정황만으로도 공모 관계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며 “전환사채란 회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인수될 것을 기대하고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에버랜드 주주들이 실권한 것은 타당하다’고 주장할수록 논리적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석명권 행사에 대한 의구심도 내비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에버랜드 쪽 변호인으로 선임돼,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배임이 안된다’는 의견서를 써 낸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항소심 재판의 ‘이상 기류’와 관련해 검찰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피고발인들을 빨리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삼성 총수 일가의 부당한 지배권 이전에 있기 때문에 이 회장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공모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교수(한성대)는 “삼성그룹 차원이 아니라,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 문제만 독립적으로 보면 배임죄 적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검찰이 이 회장 등을 추가 기소하지 못한 채 항소심이 진행된다면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춘재 이순혁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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