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걸린 검찰 깃발이 태극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검찰 깃발의 모습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서 잇따라 구속·체포 영장이 기각된 검찰의 요즘 상황 같다. 김태형 기자xogud555@hani.co.kr
검 “론스타 단죄…여론은 나쁘지 않다” 판단
법 “내용 보강해 와도 또 같은 판사가 심사”
법 “내용 보강해 와도 또 같은 판사가 심사”
재청구된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 등의 영장이 기각된 다음날인 8일, 검찰은 3차 영장 청구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일 처음 영장이 기각됐을 때처럼 격한 반응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증거자료와 전문가 의견 등을 더 보강하기 위해 유씨 등의 영장 청구를 이번 주에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처음 영장이 기각된 지 불과 10여 시간 만에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재청구했던 기세등등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유씨 등의 영장을 또다시 곧바로 청구했을 때 ‘검찰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내심 명분과 실리를 다 챙겼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익을 지켜야 하는 국가기관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는 한편, 사법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법원의 ‘의도’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거는 실리도 챙기지 않았냐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무릅쓰고 유씨 등 론스타 관련자들의 범죄 혐의 내용을 공개한 뒤에도 일부 여론이 법원의 영장 기각을 비판하는 등 호응해준 데 다소 안도하는 표정이다.
법원 안에서는 “두 차례나 영장을 기각한 마당에 검찰이 또 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것은 여론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두 차례나 영장이 기각됐으면 불구속 기소한 뒤 유·무죄를 따지면 될 일인데, 검찰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영장전담 판사 2명 외의 다른 법관의 판단을 받아 보고 싶다”고 검찰이 의견을 밝힌 데 대해, “법원이 론스타 수사를 어떤 검사가 해봤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판사는 “영장을 또 청구하면 수사기록이 법원에 그대로 남게 된다”며 “사실상 론스타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유씨 등의 영장을 또다시 청구하면 영장에 새로운 범죄사실이나 증거가 있는지 검토한 뒤 민병훈, 이상주 두 영장전담판사 중 어떤 판사에게 맡길지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 내용을 보강해서 청구하면, 기각된 것과는 다른 내용의 영장이기 때문에 영장전담판사에게 맡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씨 등의 영장이 영장전담판사를 제외한 제3의 판사에게 맡겨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황상철 이순혁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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