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시위에 나선 강원지역 농민들이 2006년 11월 22일 저녁 강원도청 진입을 막는 경찰을 밀어붙이며 정문을 부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위간부급 치안정감 인사까지 늦춰져
요즘 경찰 분위기가 흉흉하다. 잇달아 터져 나오는 간부들의 비리 의혹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주께 실시하려던 치안정감급 고위 간부 인사가 미뤄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추문은 치안감급인 현직 경찰청 국장들에게서 정점을 이루고 있다. ㄱ국장은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 비리와 연관돼 있다. 주 회장의 측근에게 2002년 5천만원을 빌려주고 약 2년 뒤 이를 되돌려받았다.
검찰은 ㄱ국장이 제이유그룹 쪽에 투자 명목으로 돈을 준 뒤 나중에 돌려받았는지, 돈거래에 대가성은 없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ㄴ국장은 게임비리 브로커를 사이에 두고 부하 직원에게서 현금과 금 2냥짜리 계급장, 노트북 등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가 논란거리다. 그는 지난 25일 수원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ㄴ국장은 “노트북을 싸게 산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모두 곧장 돌려줘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세간의 의혹 때문에 원래 이번 주에 실시될 예정이된 치안정감급 인사도 미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호 서울경찰청장이 조만간 조기퇴직할 예정이어서 경찰청은 자리가 비는 치안정감 한 자리에 대해 조만간 승진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다. 경찰 조직은 수장인 이택순 경찰청장이 유일한 치안총감 직위를 갖고 있고, 치안정감은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지방청장, 경찰대학장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해 경찰청의 고위 관계자는 “두 국장이 그런 상황이라 인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아니냐”며 “언론과 검찰에서는 문제를 삼는데, 당사자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직접 물어볼 수도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치안정감급 인사는 이택순 청장의 손을 벗어나, 출신 지역·경력·경찰에 몸담게 된 경로 등을 고려해 청와대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민 사망 1주년, FTA 반대 시위는 더욱 거세
경찰 간부의 비리 연루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미 서울과 강원도 쪽의 현직 경찰서장이 제이유그룹 쪽에서 돈을 받아챙긴 것으로 확인돼 구속됐다. 제이유 로비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동부지검은 관련된 경찰 간부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옷을 벗긴 농민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지 꼭 1년이 돼 가는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와 경찰의 대립이 극한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도 경찰 조직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경찰청의 한 총경급 관계자는 “경찰 인사가 미뤄진다면 중대한 집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당성을 잃은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경찰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일부의 여론도 경찰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경찰청의 한 총경급 관계자는 “경찰 인사가 미뤄진다면 중대한 집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당성을 잃은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경찰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일부의 여론도 경찰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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