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씨 석방과 재수감 과정
이재학씨에 석방 도와준다며 억대 받은 인물 구속
이씨 심장병 핑계 실제로 풀려나…검, 로비 조사
이씨 심장병 핑계 실제로 풀려나…검, 로비 조사
경기도 고양시 일산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시행사 대주주의 석방을 도와주겠다며 돈을 받은 혐의로 한 금융 관련 알선업자가 검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이 사람이 실제 로비를 벌였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4일 일산 탄현지구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다 구속된 시행사 대표 이재학(46)씨를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이씨한테서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등으로 ㅎ기업 대표 윤아무개씨를 지난 2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횡령 혐의로 2005년 8월 인천지검에 구속된 이씨한테서 “보석 등 재판이 잘 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윤씨는 검찰에서 “변호인 선임을 도와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으나, 도와주려는 게 잘 안 돼 나중에 돌려줬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씨가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씨가 재판 과정에서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 등으로 석방되기 위해 윤씨를 통해 로비를 시도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대검 중수부는 “윤씨가 실제로 법조계에 로비했는지는 아직 드러난 게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이씨가 구속됐다가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는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이씨는 1심 재판부에 두 차례 보석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으나, 지난해 3월 항소심 재판부에 심장병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5월12일 이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으나 구속집행정지를 취소하지 않고, 선고 6일 뒤 이를 연장해줬다. 결국 이씨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 직전인 8월20일께 실형이 확정될 것을 예상하고 병원에서 도망쳤다가 지난해 12월 검찰에 붙잡혔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의 주심판사는 “수감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장병이 심각하다는 병원 진단서를 근거로 판단했다. 일단 사람은 살려놓고 봐야 하지 않느냐”며 “이씨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윤씨 이름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김아무개씨에 대해선 같은 해 6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뒤 두달 만에 재수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이씨는 항소심 첫 공판 때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두번째 공판부터 이동침대에 실려 법정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장은 <한겨레>에 “이씨의 구속집행정지를 결정하면서 (이씨가 수감돼 있던) 안양구치소의 의견서를 검토해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6년 2월까지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있다가 개업한 김선종 변호사를 항소심에서 변호인으로 선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와 함께 기소된 피고인 2명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다가 개업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이홍권 변호사와, 2005년 11월 퇴직한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선임했다. 이씨는 대법원에 상고한 뒤에는 2005년 10월 퇴임한 유지담 전 대법관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이씨에게 구속집행정지 연장 결정을 내렸다.
한편, 검찰은 이씨가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정치권에 로비를 벌인 정황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998년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고양시 탄현지역 토지개발 사업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신탁의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당시 여권 정치인들에게 청탁 등을 한 ‘경성비리’ 사건으로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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