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퇴진 옛 재단 쪽 복귀 길터
김문기 전 이사장 쪽 의견물어야
김문기 전 이사장 쪽 의견물어야
대법원이 비리로 퇴진한 김문기(75) 전 상지대 재단 이사장(전 한나라당 의원)이 “정부가 임명한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17일 김씨 등 옛 재단 이사 다섯 사람이 현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상대로 낸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김씨 쪽 손을 들어 준 원심을 8 대 5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변형윤 이사장과 최장집 고려대 교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정이사 9명은 이날부터 이사 자격이 없어졌다. 대법원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다시 정이사를 임명하려면 김 전 이사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개정 사립학교법에 따라 김 전 이사장이 ‘재산 출연자나 학교 발전 기여자’로 판단되면 그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사학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강조한 이번 판결은, 교육의 공공성과 사학의 사유재산권이 쟁점이 되고 있는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용훈 대법원장 등 8명은 판결문에서 “김 전 이사장 등 임시이사가 선임되기 전의 마지막 정식이사는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으므로 학교의 설립목적을 구현할 새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문제와 관련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옛 사립학교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할 때 임시이사는 임시적으로 사학의 운영을 담당하므로 정이사와 달리 후임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며 “임시이사들이 김 전 이사장 등을 배제하고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는 원심 판단은 옳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옛 사립학교법의 임시이사에게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다’는 종전 판례를 변경해 이렇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전 이사장 등 옛 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되살아난다고는 볼 수 없다”며 “학교 정상화 방법은 정상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유효한 사학법과 민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홍훈 등 5명의 대법관은 “다수 의견은 학교법인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 자체를 부인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1993년 4월 김씨가 부정입학과 관련한 금품 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되자 같은해 6월 교육부는 옛 이사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했다. 임시이사들은 2003년 12월 정식이사를 뽑고 교육부 승인을 받았다. 김씨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이겼다. 고나무 이수범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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