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핵심들 곧 소환
삼성 전·현직 임원들한테서 차명계좌 보유 사실을 잇달아 확인한 삼성 특별검사팀이 곧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할 방침을 밝혔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소환 조사하고 있는 참고인들이 보유한 계좌들은 상식적으로 차명계좌로 보는게 맞다”며 “이번주말께부터 (수사의)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고 ‘피의자’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제까지 윤곽이 드러난 차명계좌 관련 임원이 200여명 정도이고, 이학수(62) 부회장, 김인주(50) 사장, 최광해(52) 부사장, 전용배(46) 상무 등 비자금 조성·관리를 총괄하는 삼성 전략기획실 임원들의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일에도 차명 의심계좌를 보유한 배종렬(65) 전 삼성물산 사장과 주웅식(56) 에스원 전무를 불러 계좌 개설 경위와 예치된 돈의 출처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 다른 관계자는 삼성 임원들의 납세자료 제출을 거부한 국세청에 대해 “특검법(제6조)에 따라 증거자료 등의 제출을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으며, 해당 기관은 반드시 이에 응해야 한다”며 “응하지 않을 경우 특검은 기관장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삼성화재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김승언(51) 삼성화재 전무와 전산자료 등을 폐기한 김아무개 부장 등의 형사처벌을 검토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2일 김 전무 등을 불러 지난달 25일 삼성화재 본사 등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경기 과천 삼성 에스디에스 이데이터센터에 보관된 보험금 지급 내역 등이 담긴 전산자료를 폐기했는지 조사했다. 특검팀은 4일에도 김 전무를 다시 불러 증거인멸 지시 여부와 상부로부터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뒤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특검팀은 홍송원(55) 서미갤러리 대표를 다시 불러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의 실제 소장자와 그림 구입 자금 출처 등을 조사했다. 변호사와 함께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나온 홍 대표는 ‘(특검에) 그림 보관 장소 등을 밝힐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건 없다”고만 답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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