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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넋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소서

등록 2008-03-25 21:28수정 2008-03-26 01:11

25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산시청 앞에서 열린 베트남 신부 쩐타인 란의 49재에서 란의 어머니 후인킴아인이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부짖고 있다.
25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산시청 앞에서 열린 베트남 신부 쩐타인 란의 49재에서 란의 어머니 후인킴아인이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부짖고 있다.
베트남 신부 49재 열려
유가족돕기 모금운동도
“란아, 날 두고 어디 갔니. 엄마에게 돌아와, 제발 돌아와.”

지난달 6일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 란(<한겨레> 3월 18일치)의 49재가 25일 오전 10시 경산시청 앞 공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딸의 영정에 분향하던 란의 어머니 후인킴아인(48)은 늘 품에 안고 자던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베트남에 같이 가자”고 울부짖다 끝내 정신을 놓고 쓰러졌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린 그는 “어젯밤 꿈에도 딸을 만났다”며 “엄마 병 낳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던 착한 딸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한줌 재로 돌아온 딸의 사인을 밝히러 한국에 온 지 스무날 가까이 흘렀지만 딸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져 병이 되었다. 사건을 수사한 경산경찰서는 결혼 일주일 만에 부적응을 이유로 이혼에 합의한 란이 절망감에 투신자살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풀지 못한 상태다. 그는 다시 성치 않은 몸으로 시장에서 하루 2천∼3천원 벌이의 떡 장사를 해야 하지만 살던 집마저 얼마전 남의 손에 넘어가 언젠가 비워 줘야 할 처지다.

필리핀에서 온 루디(25·대구 동구 검사동)는 추모사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 당해도 괜찮은 존재가 아니라 기쁨과 슬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며 “여러 색의 꽃들이 피는 봄처럼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각국 여성들의 여러 색깔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한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를 마친 란의 어머니는 딸이 숨진 장소로 가 향을 피운 뒤 “란아, 여기 있지 말고 나와 같이 돌아가자”며 다시 울먹여 주위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그는 26일 오전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이 사건 진상규명대책위는 란의 어머니를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011-328-4180, 대구은행 187-13-071630 란유가족돕기(김헌주)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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