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재학씨 피살사건이 일어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20대 괴한 생가앞 흉기 활극…격투끝 붙잡힌 용의자 ‘횡설수설’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생가보존회장 김재학(81)씨가 흉기에 머리 등을 맞아 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 강아무개(2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정우동 구미경찰서장은 이날 밤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용의자 강씨의 범행은 이상 행동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범행 경위=이날 오후 6시20분께 손과 발이 노끈으로 묶인 채 숨진 김씨를 용의자 강아무개(27)씨가 만지고 있는 것을 이 마을 주민 김아무개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10분 뒤인 6시30분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발가벗은 채 달아나는 강씨를 발견하고 500m 가량을 추격해 격투 끝에 강씨를 붙잡았다. 현장 주변에는 강씨 소유의 카렌스 승용차가 비상등을 켠 채 주차돼 있었다. 경찰은 강씨가 김씨의 옷을 벗기고 옷가지로 입을 막은 채 김씨의 목 부위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강씨가 방문객 자격으로 생가에 들어가, 주변의 둔기를 사용해 김씨를 가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살해 동기=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쓰레기를 치우는데 김씨가 나타나 가라고 꾸짖기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어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는 데 조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미에 있는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에어컨 설치 보조기사로 일하는 강씨는 전날 대리점에서도 업무와 관계없는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사무실 책상에 쓰레기를 올려놓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강씨가 일하던 대리점 사장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씨가 25일께 일은 하지 않고 쓰레기만 주워 ‘스트레스가 많은 듯한데 좀 쉬어야 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경북 예천 출신으로 2개월 전부터 이 대리점에서 일해 왔으며, 그 이전 행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텔레비전 녹화 화면을 분석하는 한편, 박씨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주변 표정=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보존회장이 피살됐다는 소식을 들은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놀라움과 충격을 나타냈다고 한 측근은 밝혔다. 또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내일 김씨의 빈소를 조문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친박연대 소속 김태환 의원은 이날 구미경찰서를 찾아와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며 “단순히 정신병자의 소행이라고 보기에 석연찮은 점이 있으며 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구미/박영률, 박주희 기자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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