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을 취재중인 한국일보 홍인기 기자가 환영, 반대 시위대간의 충돌도중 날아온 각목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서울=연합뉴스)
누리꾼 ‘경찰 소극대처’ 질타
정부 “강한 유감” 발빠른 대응
정부 “강한 유감” 발빠른 대응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열린 지난 27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중국인들의 격렬한 시위는, 각종 집회·시위 문화에 익숙한 우리 국민들한테도 적잖은 충격을 줬다. 오성홍기(중국 국기)의 붉은 빛에 둘러싸여 당황하는 내국인 시위대와 취재진의 적나라한 모습이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할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음날인 28일 곧바로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인 것 역시, ‘격앙된’ 국민 감정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정부 차원의 공식적이고도 강력한 문제 제기가 없을 경우,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감정 싸움이 격화하는 등 여론이 나빠져 한-중 관계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외교에서 상대방 대사를 불러 항의를 전달하는 것은 굉장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한 점도 이런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도 사태를 조기에 진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7일 사태 발생 직후 닝 중국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하려고 할 즈음 닝 대사가 스스로 28일 아침 외교부를 방문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를 보여준다. 기자들 앞에서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편인 닝 대사는 이날 오전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를 만난 뒤 “어떤 경우에도 양국 국민이 서운한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양국 정부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국 정부의 바람대로 이번 사태가 이 수준에서 일단락될지는 알 수 없다. 국내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아직 속단할 수 없고, 폭력을 행사한 중국인에 대한 한국 경찰의 처벌 수위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각 포털 사이트에서는 27일 시위 직후부터 네티즌들이 시간당 수천건의 글을 올리면서 반발하고 있다. 또한 성화 봉송 행사를 앞두고 주한 중국대사관이 중국인 유학생회 등을 통해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행사 참여를 독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조아무개(66)씨는 “경찰이 한국 시위대만 감시할 뿐 중국인들의 움직임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 뿐더러, 우리 시위대가 중국인들에게 얻어 맞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경찰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주 전 주한 중국대사가 방문해 ‘중국인 환영 인파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 했지만, 환영 인파는 집회 신고 대상도 아닐 뿐더러 시위가 그렇게 과격해질 것이라곤 사실 상상하지 못했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그는 이어 “시위대에 대한 조사나 처벌 절차는 국내 시위대와 똑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에는 중국 사람들의 민족주의나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인들의 입장을 고려해 균형잡힌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티베트의 인권 문제가 중요하지만,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서방 국가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일종의 ‘올림픽 김빼기’를 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18번째 기착지인 평양에 도착한 28일, 1977년 이탈리아 월드컵 8강 주역 박두익이 첫 주자로 성화를 들고 달리자 평양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평양/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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