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 30일 저녁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예비군 복장을 하고 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모여 조를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촛불 ‘6월 들불’ 번지나
자유당당 행진 ‘고시철회’ ‘이명박 퇴진’ 쉼없는 외침
경찰 해산 종용에 욕설 사라지고 춤·노래로 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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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쇠고기 민심’이 대규모 심야 거리시위로 분출하고 있다. 정부가 ‘장관 고시’ 발표를 강행한 29일에 이어 30일 밤에도 서울에서만 2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시내 중심가를 가득 메웠다. 발랄함과 당당함으로 무장한 시위대는 이튿날 새벽까지 종로~을지로~광화문 일대를 쉼없이 행진했다. 거리는 예비군 군복부터 유모차까지, 헌법 낭독에서 ‘텔미’ 춤까지 다양한 모습들로 넘쳐났다. 구경하던 넥타이부대와 외출 나온 가족들도 스스럼없이 아스팔트로 발을 내디뎠다. 연인원 수만명이 이레째 야간 거리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의 강제연행을 제외하곤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가두시위 강제 진압…시민 4명 연행
스크럼 짠 시민들 “불의의 시대에 잡혀가는 것이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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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촛불문화제] “고시 강행 규탄…이명박 오지마!”
[%%TAGSTORY2%%] 유모차 부대 “시위대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TAGSTORY3%%] ■ 대열 선두는 예비군, 대학생 정부의 ‘고시 강행’ 이틀째인 30일 밤에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2만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밤 9시15분께 시작된 거리행진은 예비군복 차림의 청·장년 30여명이 앞장을 섰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 아고라에서 ‘시위대를 보호하자’며 모인 예비역들이다. 시위대가 차도를 따라 걷거나 경찰과 대치할 때 이들은 맨 앞에서서 스크럼을 짜 행진 대열을 지키고 보호했다. 아이디가 ‘오사카 촌놈’이라고 밝힌 한 예비역은 “경찰이 여고생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는 동영상을 보고 이렇게 모였다. 시민들이 우리를 믿어주고 협조해 줘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등의 깃발을 든 수백명의 대학생들이 거리시위 선두에 섰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20)씨는 “지휘부가 따로 없으니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긴 하지만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워 더 좋다”고 말했다. 인도 위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행진 대열은 갈수록 불어났다. “친구랑 시장을 보다가 행진에 나왔어요.” 직장인 최문주(38·성동구 금호동)씨가 들고 있는 검정 비닐봉지 안에는 오이·파 등이 들어 있었다. 최씨의 팔짱을 낀 김나진(38·성동구 금호동)씨는 “정치가 뭐 대단한 게 아니고 내가 먹는 것부터 지키는 데서 시작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 경찰에 막히면 “노래해, 노래해” 30일 새벽 거리행진 대열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찰 저지선에 막히자 연좌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일렬횡대로 줄지어 앉지 않았다. 서너명 또는 수십명씩 둘러앉아 ‘집단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일부는 대중가요 ‘텔미’ 개사곡에 맞춰 춤을 췄다. 자전거에 스피커를 싣고 나온 남성 세 명이 기타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자 사람들이 모여들어 즉석 콘서트가 연출되기도 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수백명의 시위대들은 조용히 따라 부르거나 흥얼거렸다. 경찰이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방송을 하자, 시위대는 욕설 대신 “노래해, 노래해”를 외치며 조롱했다. 줄지어 선 전경버스를 부수는 대신 낙서를 하거나 버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유호근(33·동작구)씨는 “결연하면서도 자유롭게 즐기는 분위기에서 이전과는 다른 생명력을 느낀다”며 “두려움도 잘 느껴지지 않고 언제까지라도 시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29일 낮에는 ‘유모차 행렬’도 등장했다. 평범한 주부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것이다. 이들이 유모차를 앞세우고 행진하는 모습을 인터넷 생중계로 보고 나온 ‘유모차 가족’들은 해질녘이 되자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하어영 김성환 황춘화 기자 haha@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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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TORY3%%] ■ 대열 선두는 예비군, 대학생 정부의 ‘고시 강행’ 이틀째인 30일 밤에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2만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밤 9시15분께 시작된 거리행진은 예비군복 차림의 청·장년 30여명이 앞장을 섰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 아고라에서 ‘시위대를 보호하자’며 모인 예비역들이다. 시위대가 차도를 따라 걷거나 경찰과 대치할 때 이들은 맨 앞에서서 스크럼을 짜 행진 대열을 지키고 보호했다. 아이디가 ‘오사카 촌놈’이라고 밝힌 한 예비역은 “경찰이 여고생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는 동영상을 보고 이렇게 모였다. 시민들이 우리를 믿어주고 협조해 줘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등의 깃발을 든 수백명의 대학생들이 거리시위 선두에 섰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20)씨는 “지휘부가 따로 없으니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긴 하지만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워 더 좋다”고 말했다. 인도 위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행진 대열은 갈수록 불어났다. “친구랑 시장을 보다가 행진에 나왔어요.” 직장인 최문주(38·성동구 금호동)씨가 들고 있는 검정 비닐봉지 안에는 오이·파 등이 들어 있었다. 최씨의 팔짱을 낀 김나진(38·성동구 금호동)씨는 “정치가 뭐 대단한 게 아니고 내가 먹는 것부터 지키는 데서 시작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주부들이 유모차에 자녀들을 태운 채 행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30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에 나서자 예비군복을 입고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행진 대열을 보호하기 위해 손에 손을 잡고 차로에 늘어서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성남여성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30일 밤 이명박 대통령의 귀국 비행기가 도착한 경기 성남 서울공항 정문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문이 아닌 다른 길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30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30일 저녁 부모를 따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하어영 김성환 황춘화 기자 haha@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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