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유한열 고문 거액수수 파문
취임 6개월도 안 된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74)씨의 ‘공천 장사’ 의혹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5선 의원 출신인 유한열(70)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국방부 납품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런 잇따른 비리사건은 현 여권의 ‘도덕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광준)는 10일 ㄷ전자통신 이아무개 사장한테서 국방부 납품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유 상임고문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여권 실세들의 이름도 등장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상임고문은 지난 1월 말,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한아무개씨 등 3명의 소개로 이 사장을 만나 ‘국방부 광대역통합망 사업’에 쓰일 통신장비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해 계약금액의 5%를 요구하고 한씨 등과 함께 모두 5억5천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상임고문 등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있던 맹 수석 등에게 주겠다며 돈을 요구했으며, 맹 수석을 직접 만나 돈봉투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공 최고위원은 유 상임고문의 말을 듣고 국방부에 납품 기준 등을 문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장은 그러나 청탁이 성사되지 않자, 유 상임고문을 소개한 한씨 등에게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한씨 등은 청와대 인사를 거론하면서 계속 납품 성사 노력을 하겠다고 밝히며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는 이 대통령의 정책특보를 지낸 김아무개씨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맹 수석은 지난주 한 시사주간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지난 8일 청와대 정무수석실 이름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맹 수석은 “지난 1월 말 유한열 고문이 찾아와 납품 청탁을 하기에 ‘정상적 절차를 밟아 해야 한다’고 거절했다”며 “만난 사실은 있으나 전혀 (로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맹 수석은 “검찰에 직접 나가 수사의뢰인 자격으로 사건 전말에 대해 아는 대로 다 얘기를 하고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공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 고문이 신기술을 더 싼값에 공급하겠다는데, 국방부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 (김종천) 국방부 차관과 통화하고 비서진을 시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봤다”며 “통상적인 민원 처리였다”고 해명했다.
김남일 신승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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