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법재판소장(맨 오른쪽)과 재판관들이 30일 오후 간통죄와 의료법 일부 위헌 소송에 대한 결정을 선고하려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간통죄 ‘찬4:반5’ 합헌]
유교정서탓 번번이 생명유지…이번엔 위헌의견이 과반
정권따라 헌재 구성 영향…다음 기회도 변화 장담못해
유교정서탓 번번이 생명유지…이번엔 위헌의견이 과반
정권따라 헌재 구성 영향…다음 기회도 변화 장담못해
1953년 법 제정 뒤 반세기가 넘도록 ‘침실과 이불 속’을 단속해 온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또다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5명이 낸 위헌 의견이 4명이 낸 합헌 의견보다 ‘다수 의견’이 되는 등 간통죄는 사실상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았다는 시각이 많지만, 존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1990년, 93년에는 재판관 9명 가운데 6 대 3으로, 2001년에는 8 대 1로 합헌 의견이 우세했다.
왜 합헌인가 “사회 질서 해친다는 공감대 유효”
왜 위헌인가 “도덕적 문제, 법 잣대로 처벌 안돼 간통죄는 내밀한 사생활에 국가가 형벌권을 휘두르고, 도덕적·양심적 책임과 판단에 맡겨야 할 일을 형사법정에 세운다는 점에서 여타 형벌과 다른 독특한 위치에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함으로써 행복추구권을 해친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대부분의 현대 서구 나라들에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종교의 영향력이 강한 문화권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간통죄가 번번이 고비를 넘기는 이유로는 유교적 정서에 바탕한 여론과 함께 보수적 장년층 법조인들로 채워진 헌재의 구성을 꼽는 시각이 많다. 이번에 합헌론을 편 재판관들도 “국가와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가족생활과 그 밑바탕인 혼인관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선 세 차례 합헌 판례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001년 권성 재판관은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면서도 ‘간통죄의 핵심은 유부녀의 간통을 처벌하는 데 있다’는 다소 엉뚱한 위헌론을 펴기도 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간통이 윤리적으로 비난받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들에서는 간통죄 존치론이 우세하지만,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간통죄를 법전에서 빼야 한다는 시각이 갈수록 대세를 이뤄 가고 있다. 이번 위헌 심리의 대상 4건이 일선 법원 판사들이 폐지 필요성을 느껴 제기한 것이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폐지론 쪽에서는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을 수적으로 앞섰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하게 됐다. 큰 흐름은 폐지로 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위헌 의견이 5명이라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위헌 판단이며, 법을 유지하더라도 이혼 소송 등에 악용되는 점에 비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 기회가 오더라도 간통죄가 완전한 작별을 고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1993년 위헌 의견을 6 대 3으로 앞서던 합헌 의견이 8년 뒤에는 8 대 1로 더 힘을 얻었던 점도 섣부른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현 정권의 색깔이 앞으로 헌재 재판관 구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도 이런 전망의 근거다. 김남일 박현철 기자 namfic@hani.co.kr
왜 위헌인가 “도덕적 문제, 법 잣대로 처벌 안돼 간통죄는 내밀한 사생활에 국가가 형벌권을 휘두르고, 도덕적·양심적 책임과 판단에 맡겨야 할 일을 형사법정에 세운다는 점에서 여타 형벌과 다른 독특한 위치에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함으로써 행복추구권을 해친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대부분의 현대 서구 나라들에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종교의 영향력이 강한 문화권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간통죄가 번번이 고비를 넘기는 이유로는 유교적 정서에 바탕한 여론과 함께 보수적 장년층 법조인들로 채워진 헌재의 구성을 꼽는 시각이 많다. 이번에 합헌론을 편 재판관들도 “국가와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가족생활과 그 밑바탕인 혼인관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선 세 차례 합헌 판례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001년 권성 재판관은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면서도 ‘간통죄의 핵심은 유부녀의 간통을 처벌하는 데 있다’는 다소 엉뚱한 위헌론을 펴기도 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간통이 윤리적으로 비난받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들에서는 간통죄 존치론이 우세하지만,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간통죄를 법전에서 빼야 한다는 시각이 갈수록 대세를 이뤄 가고 있다. 이번 위헌 심리의 대상 4건이 일선 법원 판사들이 폐지 필요성을 느껴 제기한 것이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폐지론 쪽에서는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을 수적으로 앞섰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하게 됐다. 큰 흐름은 폐지로 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위헌 의견이 5명이라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위헌 판단이며, 법을 유지하더라도 이혼 소송 등에 악용되는 점에 비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 기회가 오더라도 간통죄가 완전한 작별을 고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1993년 위헌 의견을 6 대 3으로 앞서던 합헌 의견이 8년 뒤에는 8 대 1로 더 힘을 얻었던 점도 섣부른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현 정권의 색깔이 앞으로 헌재 재판관 구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도 이런 전망의 근거다. 김남일 박현철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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