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백억 탈세 의혹 확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박연차(63) 태광실업 회장을 이번주 안에 소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7일 태광실업 임직원 등을 불러 박 회장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세종증권 주식을 매매하고 국외 종이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백억원을 탈세했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등 박 회장 소환에 대비했다.
검찰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구속)씨의 청탁을 받고 정대근(64·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 회장이 세종증권 인수를 내부적으로 결정한 2005년 7월께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사실에 주목하고 전수조사를 통해 이 무렵 주식을 거래한 유력인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쪽은 “로비를 했다거나 로비 리스트가 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검찰이 소환통보를 하면 언제든지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에서 박 회장이 정치인이나 기관장 등을 상대로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비 실명제’에 따라 접대비로 50만원 이상 사용하면 접대 목적과 접대받은 사람을 밝혀야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자료를 토대로 검찰이 박 회장의 집과 비서실 등에서 압수한 일정과 메모 등을 합쳐 ‘로비 대상자’를 압축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대검 관계자는 “거듭 말하지만 여야 정치인의 이름이 적힌 박 회장 수첩이 나왔다거나 로비 리스트가 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 거래로 얻은 200억원대의 시세차익 가운데 60~70% 가량을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20억원의 성격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휴켐스를 싸게 인수하게 해 준 대가라고 일단 판단하고 있지만, 세종증권 인수 정보를 알려준 대가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자회사를 통해 아파트 시행사업을 추진하며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도 확인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일 구속된 뒤 5일 대검 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았던 노씨는 ‘피곤하다’는 등의 이유로 6·7일에는 조사를 받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노씨가 운영하는 정원토건의 횡령·탈세 의혹 수사가 남았지만, 앞으로 노씨 수사에 30% 정도, 박 회장 쪽엔 70% 정도의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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