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 10일 저녁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서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관계 로비 수사 속도…검찰 “국세청이 외부에 흘리나” 불만도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최장 20일 동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세종증권 주식 거래 혐의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박 회장이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 10일 “미공개 정보 이용 수사에는 정·관계 로비 수사도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정대근 전 농협 회장한테서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사실을 전달받고, 주가가 오르기 전 세종증권 주식을 사들여 2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 전 회장이나 박 회장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 차원에서 세종증권 인수 사실을 알려줘 시세차익을 거두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05~2006년 초 일정량 이상 세종증권 주식을 거래한 사람들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금 동원력이 뛰어난 박 회장이 정·관계 인사들에게는 금품을 직접 건넸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로비 혐의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이 없다”는 검찰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며 만들었다는 ‘정·관계 인사 리스트’ 소문과 맞물리며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여의도(국회)가 난리났다고 한다. 정치인들 여럿이 떨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로 치면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부산지방국세청 관할인 태광실업에 대한 조사를 나간 것 자체가 탈세 혐의보다는 로비 의혹을 들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리스트를 만든 뒤 이를 검찰에 넘기지 않고 조금씩 외부에 내용을 흘리는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 고위관계자는 “조사4국은 세무조사만 할 뿐이다. 다른 혐의가 나오면 관계기관에 통보를 하지, 로비 조사나 리스트 작성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며 ‘국세청 리스트’ 작성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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