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철거민위원장 체포 무리수]
의사들 “뼈·연골 부스러지기 일보직전”
의사들 “뼈·연골 부스러지기 일보직전”
검찰이 ‘용산 철거민 참사’ 당시 중상을 입은 이충연(37) ‘용산4구역 상가공사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구속한 것을 두고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당 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데다, 아버지 이상림(71)씨는 망루에서 숨져 이씨는 현재 상중이기도 하다. 이씨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환자복을 입은 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씨는 당시 불길을 피해 망루 4층에서 뛰어내려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고 연골과 무릎뼈를 심하게 다쳤다. 또 뜨거운 유독가스를 들이마신 탓에 기도를 다쳐 이틀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지난 28일 체포 직전까지도 약물치료를 받았다. 대책위 쪽은 “무릎 부상이 심한데도 검찰이 호흡기 쪽 의사의 의견만 참고해 이씨를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용산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주치의는 “이씨의 오른쪽 무릎 연골과 뼈가 부스러지기 일보 직전으로 4주 동안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소속 의사인 이상윤씨도 지난 28일 이씨가 체포된 뒤 “수술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해 입원해야 한다. 4주 정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른 구속자들과의 ‘형평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버지가 숨진 사정 등을 고려해 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고민했다”며 “하지만 사람이 5명이나 숨진 중대 사안이고, 이씨의 지시를 받은 5명은 이미 구속됐는데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사본부장인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김씨의 구속영장 발부에 앞서 “병원에서 이씨의 퇴원지시서 발급을 확인하고 체포했다. 구속 수사를 충분히 감내할 만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철거민들이 새총에 넣어 사용했다는 골프공과 쇠구슬, 화염병의 파괴력 실험을 의뢰하며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경찰이 현장에서 수거한 것으로 보이는 새총과 함께 쇠구슬, 유리구슬, 골프공 각각 100개, 화염병 20개, 벽돌 20개를 가져와 실험을 의뢰했다”며 “결과는 다음달 2일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최현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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