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사는 500만달러 흐름
검찰, ‘종착지’ 의심에도 노 전대통령 완강한 부인
‘서류회사 이름 등재’ 처벌 가능성도 법률 검토대상
‘서류회사 이름 등재’ 처벌 가능성도 법률 검토대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함께 투자회사를 차렸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씨가 500만달러의 투자-운용 과정에 개입한 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노씨가 연씨와 함께 버진아일랜드에 투자회사를 차린 시점은 2007년 12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과정 학생들과 함께 ‘코리아 스터디 트립’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베트남 등지를 방문했을 때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연씨와 함께 당시 베트남에 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사실을 최근 털어놨다. 노씨는 박 회장과 함께 연씨의 사업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지만 500만달러 투자 논의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씨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투자금 출연을 제의하고 움직이던 때였지만, 500만달러 투자는 연씨 개인이 추진한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연씨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사흘 전인 지난해 2월22일 500만달러를 일차적으로 송금받은 업체는 역시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타나도인베스트먼트로, 노씨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하지만 노씨가 당시 연씨와 함께 또다른 투자업체 엘리쉬앤파트너스를 설립하고, 500만달러 중 일부가 2차 투자 형태로 이 업체에 투자된 점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노씨의 연루 혐의는 짙어지게 됐다. 이 자금 중 일부는 미국에 있는 노씨 친구의 업체에 투자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씨도 소환 전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연씨가 500만달러를 투자받는 과정에 자신이 결과적으로 연루됐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박 회장과의 만남이) 투자 건하고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나중에 투자 건하고 연결이 됐다”고 말했다. 노씨는 당시 투자사업에 관심이 있었지만, 엠비에이 과정 수료 뒤 엘지전자로 복귀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런 사실과 정황에 바탕해 결국 500만달러의 종착점은 노씨일 것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하고 있고, 그 뒤에 노 전 대통령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500만달러 투자 부분도 박 회장에게 요청했다거나 송금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는 점을 강하게 부인하는 상태여서, 이 사안이 곧바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직접 논의했다는 결정적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다만 노 전 대통령에게 의혹을 둘 수 있는 박 회장의 진술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씨 등이 투자계획서 등을 제출하며 정상적 투자행위라고 주장하는 것도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이다. 페이퍼컴퍼니에 이름을 올렸다 빼는 정도의 행위를 근거로 노씨에게 500만달러의 ‘영득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할지도 법률적 검토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회장의 500만달러 투자가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요구하지 않은데다 순수한 투자가 본질인 이상 법적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라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