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개 범죄첩보 “위법가능성 높다” 판단에도
대통령 사돈기업 압수수색 한번없이 수사 종료
대통령 사돈기업 압수수색 한번없이 수사 종료
검찰이 효성그룹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별개의 범죄 의혹들을 포착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전·현직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 종료를 선언한 검찰은 이런 의혹을 설명하지 않아 수사가 미봉에 그쳤다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7일 검찰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에 효성그룹과 관련된 범죄첩보 10여가지를 정리해 문서로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효성그룹이 효성아메리카, 효성홍콩, 효성싱가포르 등 국외 법인과 거래하면서 제품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 법인이 거래처에서 받아야 할 부실채권 액수를 부풀리거나 환어음 수수료 부당 지급 등을 통해 국외로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다. 이런 내용은 ‘효성그룹이 일본 현지법인과 거래하며 비자금 200억~300억원을 조성했다’거나 ‘그룹 건설부문에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지금까지의 혐의 또는 의혹과는 다른 내용이다. 검찰은 이 보고서에 나온 내용과 관련해 효성 쪽 인사를 기소한 바 없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 수사여서 검찰이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첩보는 첩보일 뿐 구체적 범죄 혐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직접 수사에 관여하는 부서에서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풍문이나 첩보보다 구체적 정황이 뒷받침되는 내용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효성 사건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보고서에 적힌 의혹들을 조사했는지와 처리 결과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2년여 동안 효성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조사했지만 일본 법인과의 거래와 관련한 국가청렴위원회 이첩 사건에서 이아무개 효성중공업 전 사장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기소하고, 송아무개 건설부문 전 사장 등 2명을 회삿돈 7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하고 수사를 접었다.
하지만 건설부문 비자금 일부가 조석래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간 경위나, 효성 계열의 대학재단으로 왜 비자금 10억원이 건너갔는지 등의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조 회장 일가가 소환조사를 받거나,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지도 않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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