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이후 한국으로 유입되는 ‘신화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부산시 동구 초량동 차이나타운에서 진행된 차이나타운 축제 기간 중 중국 전통복장을 한 여성들이 밝게 웃고 있다. 부산시 제공
장기체류 중국이민자 급증…전체 외국인의 55%
전문직·유학생 등 직종 다양…교민회 결성 활발
전문직·유학생 등 직종 다양…교민회 결성 활발
#1. 경북대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류(26)는 2003년 한국에 왔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 유학을 와 영남대 박사과정에 있는 남편 리(29)와는 지난 8월 결혼을 했다. 류는 “한국에서 6년 동안 들인 유학 비용을 생각하면 중국의 적은 임금이 성에 차지 않는다”며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 리도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목표다.
#2. 울산대 교직원 궈전(28)은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대학을 마친 뒤 2003년 12월 한국으로 유학왔다. 올 2월 계명대 경영학과 졸업과 동시에 울산대 직원 공채에 합격했다. 유학생 유치와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궈전은 “한국에서 계속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나 궈전처럼 한국에서 생활하는 ‘신화교’가 급속히 늘고 있다. 한국에서 신화교는 1992년 한-중 수교 뒤 대거 한국에 들어온 본토의 중국인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일제 강점기나 국-공 내전 뒤 한국으로 이주한 대만 국적의 ‘구화교’와 구분해서 쓰인다. 2000년대 초까지는 주로 결혼이민 여성이나 산업연수생 등 생산직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뒤 대거 유입된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대기업 직원, 공무원 등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신화교들이 점차 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자료를 보면, 2009년 9월30일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 국적 외국인 수는 55만8712명으로 전체 외국인 체류자(114만9493명)의 절반이나 된다.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37만9775명을 제외하더라도 17만8937명으로 화교가 가장 많았던 1940년대의 8만여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순수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도 3만3468명으로 조선족 출신 3만3204명보다 더 많다. 이들을 합하면 전체 결혼이민자 12만5000여명의 절반이 넘는다.
한국의 전문대 이상 교육기관에 유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수는 5만131명으로 2005년 1만4271명의 4배로 늘어났으며, 전체 외국인 유학생 6만5174명의 77%를 차지한다. 경북대, 계명대, 대구대, 영남대 등 대구·경북의 주요 대학만 해도 학교별로 700∼100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화교 사회로 끌어안으려는 단체들도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대구에서는 친중국계 중국인들의 모임인 대구중국교민협회가 19일 발족식을 연다. 대구재한중국교민협회는 서울에 이어 대도시로는 두 번째다. 대구 외에 경기도 안산과 충북 충주에 지부가 있고 부산에서도 창립을 준비중이다. 광주와 인천, 전북 군산에는 중국대사관의 인정을 받는 화평통일촉진회가 설립됐다.
이들 화교 관련 단체들은 장·단기 체류중인 중국인 유학생·노동자·결혼이민자 등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중 간의 유대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대구중국교민협회 부회장 첸샤(39)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어 힘들었다”며 “새로 한국을 찾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이 협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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