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 10월초 주호영 장관에 탄원서
“국세청 감찰직원이 관련자 조사뒤 차장라인 보고”
주호영 장관 “편지 받았지만 추가조처 관여 안해”
“국세청 감찰직원이 관련자 조사뒤 차장라인 보고”
주호영 장관 “편지 받았지만 추가조처 관여 안해”
청와대 고위층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안원구(49·구속) 국세청 국장이 지난 10월 초 ‘도곡동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내용의 포스코 내부 문건을 봤지만 이를 덮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민주당은 30일 안 국장이 ‘제3의 인물’을 통해 주 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냈다며 이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 안원구 “도곡동땅 문서 봤다” 에이4 용지 7장 분량의 이 편지는, 동향(대구) 사람으로 평소 친분이 있는 주 장관에게 “진실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들어달라”고 당부한 2장짜리 인사말과, 2007년 말~2009년 9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첨부자료 5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첨부자료 5장 중 3장 이상을 자신의 좌천에 대한 부당함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고, 나머지 2장에선 도곡동땅과 관련한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 며칠 동안을 고민했다”는 말로 운을 뗀 도곡동땅 관련 대목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보다 좀 더 상세한 정황을 기록해 놓았다. 안 국장은 이 편지에서 지난 6월 안동범 국세청 감찰과장이 자신을 찾아와 “대구청장 시절에 엠비(MB) 관련 뒷조사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명예퇴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한다. 안 국장은 이에 ‘대통령 뒷조사’ 소문을 해명하면서 “2007년 7~8월 P기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VIP와 관련된 ‘○○땅’에 대한 문건을 우연히 발견했다는 직원들의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문건은 P기업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것인데 문건을 본 순간 매우 당황하였다”라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공무원이 공무상 취득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엄청난 정치적 풍파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해 담당직원들에게 철저한 보안유지를 지시했다”며 “이 일은 결과적으로 당시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금의 VIP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다”고 주장했다.
안 국장은 또한 “국세청은 감찰 직원을 대구에 보내 장승우 세무사(포스코 세무조사 당시 대구청 조사국장)를 직접 면담해 관련 내용 일체를 전해듣고 이를 문서화해 국세청 차장 라인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장 세무사가 감찰 직원에게 사실을 확인해줬는데도, 감찰은 여전히 자신을 반정부 인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장 세무사가 자신을 만나 “감찰 직원이 ‘안 국장이 ○○땅에 대한 내용을 덮으려고 한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했지만 안 국장이 ○○땅과 관련해 모든 사안을 덮은 게 사실이라 (나는) 감찰 직원이 요구했던 확인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 주호영 “편지받았으나 관여 안 해” 이에 대해 주 장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 국장과는 나이가 한살 차이가 나 친구라면 친구, 선배라면 선배로 안면 있는 정도”라며 “편지를 받은 것은 사실인데 이후 지인을 통해 ‘국세청 조직의 일에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는 뜻을 전했고 이후 추가 조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주 장관은 또한 “이미 국세청에서 (안 국장과 관련해) 논란이 거셌는데 내가 어찌 정부 차원에서 이를 논의하고 관여하겠냐”고 해명했다.
한편, 도곡동땅 관련 내용을 담았으나 지면으로 보도되지 않은 <월간조선> 11월호 기사에서도 안 국장의 이런 주장이 똑같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 기사는 ‘2007년 대선 당시 태풍의 눈이었던 도곡동땅의 진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도곡동땅 차명소유 논란이 처음 제기된 1993년부터 시작해 안 국장이 도곡동땅 문건 때문에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2009년까지의 상황이 기록돼 있다.
송영길 최고위원(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찰 수사는 이 땅을 ‘제3자 소유’로 명시하며 미완의 상태로 조사를 종결지었는데 민주당은 이번에 도곡동 땅 실제 소유주를 밝히기 위해 집중적으로 자료를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신승근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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