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운행장애 26건중 24건 1호선·국철노선
철도노조 “구형차량 많은데 정비인력은 줄어”
철도노조 “구형차량 많은데 정비인력은 줄어”
정진임(26)씨는 지난 11월16일 밤 9시께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다 1시간 동안 열차 안에 갇히는 경험을 했다. 서울역에서 남영역 방면으로 가던 열차가 고장이 나 지하에서 갑자기 멈춰섰기 때문이다. ‘5분 뒤 정상 운행된다’는 방송이 나왔지만 열차는 30분이 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정씨는 “일부 승객들은 철로에 내렸지만 너무 위험해 보여 열차에 남아 있다가 1시간 뒤 남영역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모두 36개의 열차의 운행이 지장을 받았다.
정씨의 동료인 강언주(24)씨도 지난 27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하철 1호선 열차가 구로역 부근에서 멈춰 1시간 정도 열차에 갇혔다. 강씨는 “옆에 있던 여성이 폐소공포증이라며 울음을 터트리는 등 공포스러운 분위기였다”며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고 전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운영하는 수도권 지하철(국철)이 낡은 시설로 인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가 수도권 지하철 운행을 맡고 있는 서울메트로(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코레일(1호선·국철)에 각각 정보공개를 청구해 17일 공개한 ‘2009년도 수도권 지하철 운행 장애 현황’을 보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0건, 서울메트로가 2건인데 비해 코레일은 24건으로 훨씬 많았다. 코레일은 구간 길이 375㎞, 운행횟수 2200회이며, 서울메트로(1~4호선)는 134.9㎞·2537회,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152㎞·1522회이다.
운행 장애의 이유는 차량 고장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호장애 5건, 전기설비 고장 2건 순이었다. 사고 내용을 살펴보면, ‘유지보수 소홀에 의한 선로전환기 부식’, ‘미끄럼방지판 노후로 단전’, ‘선로전환기 단자접촉 불량’ 등 노후된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지하철 기관사로 일했던 지영근 철도노동조합 복수노조대책팀장은 “국철은 노후해서 폐기해야 하는 전동차 가운데 일부를 떼내 조합하는 등 낡은 전동차가 많다”며 “잦은 고장은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시설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 팀장은 “최근 인력조정으로 차량 정비 인원이 많이 줄었다”며 “정비 인원을 늘려 차량 점검 주기를 단축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서울메트로는 영업거리가 130㎞정도인데, 코레일은 375㎞로 세 배 가량 더 길다”며 “고장 횟수는 이전보다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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