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본부장 “시너 보고받았다면 중지시켰을 것”
변호인, 경찰 진술내용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변호인, 경찰 진술내용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가 현장에 투입된 특공대의 잘못된 보고에 따라 섣불리 진압을 지시했음을 시인하는 증언들이 공개됐다. 앞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진압을 강행했다’는 경찰특공대장의 법정 증언에 이어 지휘부마저 무리한 진압을 인정한 것이어서 ‘용산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용산참사로 구속기소된 이충연(37) 용산철거민대책위 위원장 등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15일 오후 미공개 수사기록 2000여쪽을 검토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시 경찰 지휘부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송범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은 “현장 상황을 잘 전달받았다면 진압을 중단시켰을 것이다. 특공대원들이 공명심에 일을 크게 벌였다”고 진술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또 신두호 당시 서울청 기동본부장도 “망루에서 시너를 투척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보고받았더라면 중지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경찰 지휘부는 “당시 장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작전계획을 변경하는 등 특공대원들에게만 의존한 측면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김 변호사는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9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박상복 당시 경찰특공대장은 “세녹스 등 인화성 물질 60여통이 현장에 있다는 정보는 진입이 결정되면서 알게 됐지만, 그 많은 양이 모두 망루에 모아져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어 “1심 판결은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이 발화 원인’이라고 판단했지만, ‘철거민이 화염병을 던지는 걸 보지 못했다’는 주장도 추가로 나왔다”며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 검찰이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경찰 지휘부 진술은 기소된 농성자들의 형사책임 유무와 상관이 없는 내용”이라며 “변호인의 기자회견은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