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무상급식 집회·서명 등 금지
불법-합법 모호…정부 지침준수 여부조차 의문
불법-합법 모호…정부 지침준수 여부조차 의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찬반 표현을 ‘사전 선거운동’으로 판단해 모두 규제하기로 방침을 세웠으나,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할뿐더러 실제로 사전에 이런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26일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운동 등 ‘선거쟁점’에 대한 정부·정당·단체의 찬반 표현 활동을 규제한다는 기준을 발표한 데 이어 27일엔 국토해양부에 선거가 끝날 때까지 4대강 관련 정부의 홍보부스를 잠정 폐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추진본부의 고위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악법도 법’이니 국토부는 선관위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홍보부스 폐쇄는 지방자치단체·행정안전부 등 다른 부처와 함께 논의할 것이며, 4대강 관련 홍보교육도 시공·토지보상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선관위의 규제지침을 따르는 것이 가능한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이 관계자는 4대강 토론회 개최에 관해서 “선관위는 선거를 앞두고 한시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홍보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4대강 토론회를 열더라도 이에 찬성하는 특정 후보 지역에선 4대강 홍보 설명회를 하지 않고, 4대강을 반대하는 후보 지역에선 토론회를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은 물론 민주당 세가 강한 호남이나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 지역 모두 4대강에 대해 찬반 입장을 지닌 여야 후보들이 출마한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사실상 4대강 토론회 개최는 불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4대강은 국책사업이니 사실이 아닌 것을 얘기하거나 왜곡했을 때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선거와 관계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선관위 방침대로라면 선거법 위반이다. 앞서 선관위는 16대 총선을 한달 앞둔 2000년 3월 당시 여야간에 논쟁이 붙었던 국부유출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중앙일간지에 해명성 광고를 게재한 데 대해 “특정 정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다른 정당을 지원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광고 게재를 자제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선 4대강 홍보활동이 열리고 있다. 선관위와 정부 등 국가기관끼리 충돌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4대강 공사를 맡고 있는 에스케이(SK)건설은 지난 24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금강 환경정화활동 및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교육’ 행사에 직원들을 보내 중학생들에게 4대강 홍보 엽서를 나눠줬다. 또 “금강보가 완공되면 관광객이 몰려들고 자전거타기 등 레저를 즐길 수 있다”고 광고했다. 에스케이건설은 그동안 공주에서 열린 민방위 교육장에도 3차례 참석해 홍보활동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런 ‘민·관’ 홍보활동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중”이라고 말할 뿐이다. 이에 대해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 양흥모 상황실장은 “4대강 반대활동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면서, 자치단체와 4대강 참여 건설사는 4대강 홍보활동을 계속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정혁준 기자, 대전/송인걸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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