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2주 지나도록 감감…뇌물수사 통례 벗어나
‘면죄부 주기’ 비판에 검찰 “현재로선 필요치않다”
‘면죄부 주기’ 비판에 검찰 “현재로선 필요치않다”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등 뇌물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그가 입국한 지 2주일이 넘도록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이는 일반적인 뇌물 사건의 경우 수사 개시와 함께 당사자와 주변인의 계좌추적을 벌이는 검찰의 통례에 견주어 이례적인 것이어서, 한 전 청장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한 전 청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지난 8일 서미갤러리의 강남·북 갤러리 2곳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전 청장 집 등 3곳을 압수수색한 것 말고는 추가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 전 청장의 집에서 압수한 그림 10여점의 감정을 맡긴 것을 제외하면, 의혹을 파헤칠 추가 물증 확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계좌추적뿐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에서 기본인 대질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의 의혹을 제기한 안원구(51·수감중) 국세청 전 국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했지만, 한 전 청장과의 대질 조사는 하지 않았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건성건성 수사하고 처벌하는 시늉만 내고 말 것이라던 일부의 애초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연결된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부른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의 깊숙한 배경 등을 잘 알고 있어 정권이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인물이라는 평이 많았다.
한 검찰 간부는 “뇌물을 현금으로 주고받았다면 흔적이 남지 않을 가능성도 물론 있지만, 주변인의 계좌를 통해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사 개시와 동시에 계좌추적을 하는 것이 특별수사의 상식”이라며 “계좌추적 없이 뇌물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도 “특별수사 경험으로 미루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한 전 청장이 뇌물수수를 했다는 정황과 소명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한 전 청장에 대한 계좌추적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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