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 정명수 대표(오른쪽)가 8일 오후 아들 지용씨와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교정에서 등록금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87년 ‘거리의 투사들’
자녀 등록금투쟁 연대
학부모 모임 9일 발족
자녀 등록금투쟁 연대
학부모 모임 9일 발족
8일 아빠의 휴대전화가 잇따라 울렸다. “9일 국회의사당 계단 앞이야. 늦으면 안 돼.” 전화기가 부르르 떨 때마다 아빠는 신신당부를 했다. 아빠의 갑작스런 호출 문자에 몇 년 동안 연락이 뜸했던 아빠 친구들이 화답해 왔다.
24년 전 거리로 나섰던 아빠·엄마들이 다시 거리에 선다. ‘짱돌’ 대신 촛불을 들고, ‘독재 타도’ 대신 ‘반값 등록금 실현’을 외친다. 1987년 6·10항쟁 때 대학 3학년(이듬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과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역임)이었던 아빠 정명수(45)씨는 2011년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등록금 학부모 모임) 대표로 6·10을 맞는다. “민주화를 위해 나섰던 학부모들이 이젠 아이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러 나서야 할 때”란 이유에서다.
아빠도 암울한 시대를 살았으나, 아들 세대와는 달랐다. 아빠 세대는 민주화를 위해 싸우면서도 등록금과 취업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아들 세대는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 스펙 쌓기, 취업 등 걱정의 연속이다. 아빠 세대는 당대가 암울했지만, 아들 세대는 미래가 암담하다. 정 대표는 “등록금이란 짐을 짊어지고 있는 이상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아들 지용(19·서울대 2학년)씨도 “현재 대학생들은 등록금 고민하고 생활비 걱정하다 보면 다른 데로 눈 돌릴 틈이 없다”며 “한나라당의 등록금 정책대로라면 B학점 이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고등학생 때보다 더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화답했다.
10일로 예정된 대규모 촛불집회는 24년이란 시차를 뛰어넘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서로의 열망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해 열정을 바쳤던 부모 세대와 현실의 벽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자녀 세대가 반값 등록금의 실현과 취업난 해소를 위해 목소리를 모으기로 한 것이다.
등록금 학부모 모임은 9일 오후 국회에서 공식 발족식과 등록금 투쟁 선포식을 열고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10일 촛불행동에 학부모들이 최대한 참여하도록 한 뒤 1인시위와 촛불집회로 반값 등록금의 6월 정기국회 실현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도 10일 아들의 손을 잡고 촛불집회 현장을 찾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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