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가장 크리스티나의 삶
앞 못보는 남편 대신 ‘생계’
자궁적출·허리디스크 시름
행동장애 아들 치료도 벅차
힘들지만 희망가꾸며 ‘억척’
앞 못보는 남편 대신 ‘생계’
자궁적출·허리디스크 시름
행동장애 아들 치료도 벅차
힘들지만 희망가꾸며 ‘억척’
‘나만큼 자란 아들은 지금 어떤 얼굴일까?’
최동민(가명·49)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민수(가명)를 볼 수 없다. 시력이 좀 남아있을 땐 민수가 갓난아기였다. 이제는 빛과 어둠만 구별할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 최씨는 매일 민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아픈 아들을 데리고 밖에 돌아다니면서 함께 이것저것 보고 대화하면 아이의 상태가 좋아질 텐데, 제가 눈이 안 보이니 그걸 해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파요.” 민수는 행동장애를 겪고 있다. 말이 없고 산만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컴퓨터 중독 증세가 있어 부모의 속을 태운다.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 한번 하지 못했다. 최씨는 “아들이 학교에서 종종 놀림을 받는다는데, 중학교 올라가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씨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건 필리핀 출신 부인 크리스티나(40)의 몫이다. 그녀는 1996년 말 한국 교회의 중매로 필리핀에서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6월 한국으로 왔다. 그러나 그해 겨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공사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해 8개월간 몸져누웠다. 남편은 틈틈이 공공근로를 다녔지만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크리스티나는 1999년 첫 아들 민수를 낳자마자 공장 일에 뛰어들었다. 한 달에 60만원을 받고 안양에 있는 봉제공장에서 다림질을 했다. 2001년 둘째 딸 민영(가명·10)이를 낳은 뒤에는 자동차 조립공장, 형광등 조립 공장 등에 다녔다. 그러나 2007년 자궁에 선종이 발견해 자궁적출 수술을 받고 일을 그만둬야 했다. 그러나 1년을 쉬고 다시 액세서리 공장에 나갔다. 부업으로 필리핀 양념, 면, 비누 같은 생필품을 도매로 가져와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부천 역곡동 주변의 필리핀 이주민들에게 소매로 팔고 있다. 15평짜리 월셋집 거실과 안방에는 필리핀 생필품이 가득하다.
올해부터는 지인의 소개로 부천의 한 자활센터에서 장난감 세척 일을 한다. 자궁적출 수술 뒤 허리디스크를 겪고 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일을 쉴 수가 없다.
크리스티나가 10여년간 온갖 힘든 일을 하는 사이 남편은 시력을 거의 잃었다. 공사장에서 다친 뒤 시력이 조금 남아있을 땐 공공근로도 했지만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고는 안마 일을 배웠다. 남편이 일하러 갈 때는 항상 부인이 데려다 준다.
부부는 현재 남편이 받는 장애인수당과 부인이 버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면 생계가 빠듯하다. 월세 계약이 만료돼 전셋집으로 옮기려고 해도 돈이 없어 엄두가 안 난다. 올해 초 크리스티나의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수녀들의 공동사목 이주민들 위한 센터’는 최근 그녀에게 영어교사 자리를 마련해줬다. 지난 3월부터 토요일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센터의 유마리아 수녀는 “공장에서만 일해온 크리스티나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 자녀들과 같은 이주여성들에게 역할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부부가 가장 걱정하는 건 아이들 교육이다. 첫째 민수는 방과 후에 정부 지원으로 청소년수련원에 다닌다. 치료가 아니라 그냥 아이들과 어울리는 정도다. 둘째 민영이는 그림에 소질이 있다. 미술학원에 보내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안 돼 마음만 아프다. 아이들에게 병원이나 학원을 보내줄 수 없는 부부는 저녁이면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서 논다. 현재로선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치료이자 교육이다. 힘든 형편에서도 부부는 서로를 걱정한다. 남편은 “결혼할 때도 내가 눈이 안 좋았는데 그걸 알고도 결혼해줘서 고맙다”며 “나보다 아내가 더 힘들고 고생을 많이 해 늘 미안하다. 가족들과 영화 보고 여행가는 게 꿈이지만 그럴 수 없어 속상하다”고 말한다. 그런 남편에게 부인은 답한다. “많이 힘들고 울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냥 참아요. 힘들어도 해야 할 것 같아요. 눈이 안 보이는 남편을 도와줘야 하니까요. 남부럽지 않게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어요.” 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희망을 나눠요
060-700-1225 전화하거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 가능 장애인 남편과 아들을 보살피며 생계를 책임지는 이주여성 크리스티나 가족에게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세요. <한겨레>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공동으로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된 전문모금법인 바보의 나눔(이사장 염수정)이 모금 창구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을 도우려면 자동응답전화(ARS·한 통화 5000원) 060-700-1225로 전화를 하시거나, 자동응답전화 번호와 숫자가 같은 후원계좌 060-700-1225(기업은행·예금주 바보의 나눔)로 직접 송금하시면 됩니다. 지원이 필요한 근로빈곤층 가정은 바보의 나눔으로 전화(02-727-2503~8)를 하시거나 전자우편(babonanum@catholic.or.kr)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바보의 나눔>은 민간단체 최초로 법정기부금 지정 단체로 지정되었습니다. 법정기부금은 개인의 경우 기부금액의 100%, 법인은 50%까지 비용으로 처리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7월1일 이후 기부한 후원자들 중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원할 경우 재단으로 문의하면 됩니다. 이경미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 북 최고지도자 3대를 손끝으로 움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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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도 부천시 역곡1동 집에서 크리스티나의 가족들이 주사위놀이를 하고 있다. 남편 최동민(가명)씨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이 놀이에 맞장구를 치며 함께 어울린다.
부부는 현재 남편이 받는 장애인수당과 부인이 버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면 생계가 빠듯하다. 월세 계약이 만료돼 전셋집으로 옮기려고 해도 돈이 없어 엄두가 안 난다. 올해 초 크리스티나의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수녀들의 공동사목 이주민들 위한 센터’는 최근 그녀에게 영어교사 자리를 마련해줬다. 지난 3월부터 토요일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센터의 유마리아 수녀는 “공장에서만 일해온 크리스티나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 자녀들과 같은 이주여성들에게 역할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부부가 가장 걱정하는 건 아이들 교육이다. 첫째 민수는 방과 후에 정부 지원으로 청소년수련원에 다닌다. 치료가 아니라 그냥 아이들과 어울리는 정도다. 둘째 민영이는 그림에 소질이 있다. 미술학원에 보내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안 돼 마음만 아프다. 아이들에게 병원이나 학원을 보내줄 수 없는 부부는 저녁이면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서 논다. 현재로선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치료이자 교육이다. 힘든 형편에서도 부부는 서로를 걱정한다. 남편은 “결혼할 때도 내가 눈이 안 좋았는데 그걸 알고도 결혼해줘서 고맙다”며 “나보다 아내가 더 힘들고 고생을 많이 해 늘 미안하다. 가족들과 영화 보고 여행가는 게 꿈이지만 그럴 수 없어 속상하다”고 말한다. 그런 남편에게 부인은 답한다. “많이 힘들고 울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냥 참아요. 힘들어도 해야 할 것 같아요. 눈이 안 보이는 남편을 도와줘야 하니까요. 남부럽지 않게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어요.” 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희망을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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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계좌로 송금 가능 장애인 남편과 아들을 보살피며 생계를 책임지는 이주여성 크리스티나 가족에게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세요. <한겨레>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공동으로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된 전문모금법인 바보의 나눔(이사장 염수정)이 모금 창구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을 도우려면 자동응답전화(ARS·한 통화 5000원) 060-700-1225로 전화를 하시거나, 자동응답전화 번호와 숫자가 같은 후원계좌 060-700-1225(기업은행·예금주 바보의 나눔)로 직접 송금하시면 됩니다. 지원이 필요한 근로빈곤층 가정은 바보의 나눔으로 전화(02-727-2503~8)를 하시거나 전자우편(babonanum@catholic.or.kr)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바보의 나눔>은 민간단체 최초로 법정기부금 지정 단체로 지정되었습니다. 법정기부금은 개인의 경우 기부금액의 100%, 법인은 50%까지 비용으로 처리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7월1일 이후 기부한 후원자들 중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원할 경우 재단으로 문의하면 됩니다. 이경미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 북 최고지도자 3대를 손끝으로 움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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