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SSM규제’ 달갑잖은 서울 망원동 월드컵시장
“마트 휴일 전후 이용하면 돼”… 영세상인들 속수무책
“마트 휴일 전후 이용하면 돼”… 영세상인들 속수무책
시장은 늘 북새통이었다. 차라리 손님이 좀 덜 왔으면 할 때도 있었다. 적어도 서울 마포구 언저리에서 40년 가까이 생선장사를 해온 최기순(62)씨가 기억하는 재래시장은 그랬다. 스물 갓 넘어 ‘애기’ 업은 새댁이 동트기 전부터 한밤까지 억척스레 가게를 꾸려, 가게 이름도 ‘애기수산’이라 붙었다.
“그래도 4~5년 전까진 괜찮았어.” 지난 24일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시장에서 만난 최씨는 “많으면 하루에 매출을 200만원도 올렸지만 지금은 30만원도 못 판다”며 한숨 쉬었다. 2500원에 고등어 한 손을 떼와 300~400원을 붙여 파니 30만원어치를 팔아도 5만원이 안 남는 셈이다.
월드컵시장은 지난 몇년 사이 ‘집 사서 나가던 곳’에서 ‘집 팔아 장사하는 곳’으로 주저앉았다. 시장에서 1~2㎞ 떨어진 상암동에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이 문을 열었고 3년 전에는 400m 거리에 기업형슈퍼마켓(SSM)인 망원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생겼다. 오는 8월에는 홈플러스 합정점이 개점을 앞뒀으니 그야말로 대형마트에 포위된 셈이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가장 먼저 마포구가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조례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월드컵시장 상인협동조합의 서경모 이사는 “홈플러스의 영업시간을 24시간에서 자정으로 규제해봤자 하나 마나고, 한달에 두 번 쉬면 소비자들이 휴일 전후에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겠냐”며 “백화점이 월요일에 쉬듯이 일요일마다 쉬어야 사람들이 그나마 시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김신옥(47·서대문구)씨는 “전통시장은 주차할 곳도 마땅찮아 잘 가지 않는데 한 달에 두번 마트가 쉰다면 다른 날에 미리 가서 장을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정 유통법에 영향을 받는 중소상인은 전통시장 상인만이 아니다.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을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로 정한 전주시에서는 지난 22일 대형마트에 임대매장을 둔 점포주들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에서 구두가게를 운영하는 박아무개씨는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대형마트에 연중무휴 영업하도록 허가를 해준 뒤에 선거철이 되자 관에서 일괄적으로 일요일에 쉬어라, 토요일에 쉬어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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